침묵의 예술 -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침묵을 배우다
알랭 코르뱅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소음으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인간은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신의 소리 혹은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면 침묵의 언어를 배워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침묵에 관한 깊은 인문학적 통찰이 담겨있다. 조용히 곱씹어 읽으며 침묵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 때 비로소 나는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침묵이 배어 있는 집과 문가에 침묵이 앉아 있는 방의 완벽한 침묵을 말한다. 그 방 안에 있는 사물들이 묵묵히 영혼에게 말을 걸어온다. 침묵을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은 무엇일까? 밤, 사막, 산, 바다, 숲에서만 침묵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기를 잃은 도시 속에서도 침묵은 자리 잡고 있다. 그 침묵은 폐허가 된 유적에서도 만날 수 있다. 빅토르 위고는 <내면의 목소리>에서 3천년 후 파괴된 파리 풍경이 어떨지 꿈꾸며 침묵의 속성을 상상하려 애썼단다(p. 71).

 

나는 어둑한 예배당에 널리 퍼져있는 침묵을 떠올린다. 대학 졸업반 시절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도 모르게 집 앞 예배당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나는 적막한 예배당에 앉아 있었다. 기도를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앉아있었다. 간혹 멀리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공간에는 분명 침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때 한참을 침묵과 마주하였고 나는 내가 어느 길로 가야할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침묵과 마주하는 일은 나를 찾는 일이며, 동시에 종교적 체험이라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침묵은 기도 조건이어서 신의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양아버지 요셉은 침묵의 사람이다. 침묵으로 모든 것에 응답한다. “요셉의 침묵은 귀를 기울이는 마음, 절대적 내면이다. 이 사람은 평생 마리아와 예수를 바라보았고, 침묵은 말의 자기 초월이다”(p. 114). 예수의 침묵이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간음한 여인을 끌고 온 군중 앞에서 예수는 침묵한다. 그 예수가 감람산에서 기도할 때, 신은 침묵한다. 신의 침묵은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삶의 깊이를 발견하려면 침묵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 내 삶이 더 성숙하려면 침묵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잡다하고 무의미한 소리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더욱 침묵을 사모하게 된다. 오래 전에 읽었던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를 다시 꺼내들었다. 더 깊이 침묵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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