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넘어 인문학 - 미운 오리 새끼도 행복한 어른을 꿈꾼다
조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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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니 당연히 인문학과 연결되어 있다. 동화를 읽는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이미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 나간 것이다. 단지 어려운 철학적 용어나 도도한 논리가 아니라 어린아이의 언어로 그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소설가 조정현은 이 책 <동화를 넘어 인문학>에서 어릴 적 읽은 동화와 어른의 언어로 기록된 인문학 책들을 연결시킨다.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에서, 남의 말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아버지와 아들은 결국 당나귀를 물에 빠뜨리고 만다. 우리는 이런 아버지와 아들을 어리석다고 비웃는다. 하지만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성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나귀를 팔러 장에 갔으니 빨리 도착해 좋은 값을 받고 팔면 그것이 성공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이 늘 효율적으로만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의 말을 듣다가 이런 저런 실패를 경험한 뒤에야 깨닫는 것도 많다. 결국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그것이 성공이 아닌가 하고 반문한다. 그는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언급하면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긍정적 힘이 있는가 하면, 무엇인가 하지 않을 수 있는 부정적 힘도 있다고 주장한다. 때론 무언가 하지 않을 수 있는 부정적인 힘이 무언가 할 수 있는 긍정적 힘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소개는 새로웠다. 이전에 두 번이나 읽었으면서도 이 동화는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조정현 작가는 천사 미하일이 깨닫게 된 세 가지 진실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사람의 영혼에 깃들어 있는 것은 고통당하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고,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죽을 때를 아는 것이며, 사람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산다는 것이다. 이어 작가는 피터 왓슨의 <무신론자의 시대>를 말한다. 우리는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존재지만 신을 여전히 의식하는 느낌을 가지고 산다. 무의식적으로 나보다 큰 존재의 지시를 기다리고 그 존재가 나쁜 인간을 징벌해주기를 기대한다. 실존적 삶을 사는 인간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외로움을 견디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노자>, <인어공주>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엘리너 파전의 <일곱째 공주님>과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피터팬>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피노키오>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이다>, <빨간 구두>와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등등, 이 책은 동화와 진지한 인문학 책들을 참신하게 연결시켜, 다양한 각도에서 인문학적 주제들을 생각하도록 자극한다. 이 책에 소개된 동화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어른의 고정된 시각을 버리고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 어릴 적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새롭게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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