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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인간의 정상적인 뇌에서만 의미는 만들어진다.’ 이 한 문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게 사는 것인가? 뇌 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인간의 뇌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나’라는 자아의 핵심은 연장성(continuity)이다.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로 이어짐으로 나는 ‘나’를 ‘나’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뇌과학에서는 변치 않는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연장성이 없는 나는 나인가? 갑자기 골치가 아파온다. ‘나’는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는데, 생각하는 존재가 ‘나’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한편, 인간의 뇌는 선택을 강요한단다. 사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 합리화하는 존재다. 다시 말해 학습과 경험을 통해 선택은 좌우된다. 또한 인간은 예측하고 행동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상정할 수 있고, 믿음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다보니 ‘나는 의미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의미는 정상적인 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뇌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은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컴퓨터에서 전원을 끄는 것과 같다고 한 스티브 잡스의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아무리 뇌과학이 발달해도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는 듯싶다. 저자도 유한한 인생에 대해 슬퍼한다고 죽지 않는 것이 아니니 현재를 즐기며 살라고 충고하는 길가메시의 교훈을 말한다. 길가메시의 시대를 5,000년이나 지난 현시점에서도 뾰족한 다른 대안적 대답이 없다.
저자 김대식은 매우 자유롭고 유연한 생각을 가진 자임이 분명하다. 영생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답이 없지만, 어차피 수십 년 뒤에 나는 죽고 살아질 것이니 영생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육체와 정신 모두를 가진 영생과 정신적인 영생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정신적인 영생을 택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존재의 의미는 찾지 못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뇌과학을 통해 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유쾌한 지적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