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인문학 - 삶을 위로하는 가장 인간적인 문학 사용법
김욱 지음 / 다온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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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는 문중의 묘지기로 전락한 노년에 작가가 되어 10권의 책을 내고 200권의 책을 번역했단다. 그 치열한 인문학 독서를 통해 저자는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완성해 갔는지 알고 싶어졌다. 깊은 울림을 줄 책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올해로 여든 일곱 살인 저자는 <상처의 인문학>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삶이 아무리 고달프다 할지라도 끝내는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자신의 삶도 결코 녹녹하지 않았지만, 그는 지금도 여전히 청춘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고백한다. 상처를 통해 좌절하는 것은 인생의 하찮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넘어졌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빼앗겼을 때 자신에게 진실로 소중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니체의 삶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고백은 나의 삶이 누군가로부터 사육되고 있다는 고백임을 명심해야 한다.”(p. 22). 아! 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살아왔다. 안정된 직장에서 20년 넘게 인정받으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가? 이육사(李陸史)는 좀 더 편하게, 좀 더 쉽게 살고자 하는 자신의 나약한 마음에 분노했다는데, 나에게는 이런 치열함이 없다.

 

서정주 시인의 삶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머슴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에게 가난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가 스물아홉에 <매일 신보>에 가미가제 특공대원이 되어 미군 항공모함에 뛰어 들어 죽으라고 조선인들을 독려하는 시 <마쓰이 히데오 오장 송가>를 실었다. 이후 서정주는 시인으로 인정받고 해방 이후에도 화려한 삶을 살았다. 1980년 자신의 고향 전라도 광주에서 엄청난 살육이 자행되고 있을 때, 그는 전두환을 향해 ‘단군 이래 최대의 미소’라는 극찬을 날린다. 그리고 그 답례로 ‘단군 이래 최대의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이토록 가슴 저미도록 아름다운 시를 쓴 작가가 생계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았다. 한편 민족의 언어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받은 <진달래꽃>의 김소월은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결국 1934년 12월 24일 새벽 자살했다. 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도 깊은 상처를 입고 처절하게 살아간다. 김욱 선생의 고백처럼 인생의 공통점은 불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상처와 고통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꿈에도 꾸지 못했던 존귀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니체, 이육사, 서정주, 스피노자. 천상병, 김소월, 도스토예프스키, 슈바이처, 김동리, 프란츠 카프카, 톨스토이, 헤세 등,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작가들로부터, 아니 이들과 이들의 작품을 소개한 김욱 선생을 통해 상처 입는 인생살이도 고귀한 것임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임을 배웠다. 상처받는 삶이지만 치열하게 나만의 삶의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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