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 새로운 명화, 따뜻한 이야기로 나를 안아 주는 그림 에세이
선동기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평점 :
나는 오래전부터 네이버 블로그 ‘레스까페’를 통해 많은 그림들을 접하고 있다. 이 블로그의 주인인 ‘그림 읽어주는 남자’, 선동기는 그림엽서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그림 작품들을 보면서 짧은 순간의 감상을 담은 자신만의 그림엽서를 만들어 오랫동안 블로그에 소개했던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감각적인 말로 직접 대화하는 세상이니, 번거롭게 그림엽서를 구입해 순간의 감정을 담아 보낸다는 것은 번거롭고 촌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어디엔가 자리 잡고 있을 엽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이 책은 한 페이지에 작품 하나를, 맞은 편 페이지에는 짧은 감상의 글을 실었다. 책을 펼치며 그림과 감상문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감상문이 담긴 그림엽서 묶음집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면, 마치 누군가의 그림엽서를 엿보는 듯 호기심이 생긴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의 글은 학문적이지 않아 좋다. 많은 미술책들은 미술사적으로 어느 파에 속하고, 화가의 작품의 특징이 어떻고, 등등 너무 학자연하게 늘어놓는다. 이런 책들을 보고 있으면, 그림을 감상하고 즐기기보다 무엇인가 부담을 갖고 연구하게 된다. 반면 이 책은 화가에 대해 몰라도 좋다, 미술사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좋다, 그냥 작품 하나를 보며 느끼며 즐겨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자도 작품을 설명하기보다 작품을 보면 떠오는 자신의 일상의 삶과 감정을 차분히 글로 드러낸다. 책 표지를 장식하는 그림 <오두막 입구>에서 저자는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면 마치 함께 산책할 것인지 묻는 것 같다고 상상한다. 누가 이 제안을 거절할까? 맑은 하늘을 닮은 소녀의 미소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선동기의 글은 일상의 삶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건초 만드는 사람>을 보여주며,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견딜 수밖에 없다고 충고한다(pp. 30~31). <독서>라는 작품 옆에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을 읽는 것”(p. 46)라고 말한다. <철도 역무원>이라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는데, ‘푸른색 어깨에는 일상이 묻어 있다. … 역무원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순간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p. 54)라는 표현 때문에 이 그림을 한참을 보게 되었다. <사랑이 끝내 승리할 것이다>라는 그림 옆에 작가는 결혼할 나이가 된 딸에게 조건을 하나 걸었다고 적는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p. 142). 와! 마음에 든다. 나도 내 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또 다른 미덕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화가에 대해서는 페이지 아래에 간략히 소개한다. 정말이지 난생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의 맛깔스러운 글 덕분에 침대 머리맡에 놓고 한 작품씩 펼쳐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