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
이영진 지음 / 샘솟는기쁨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영혼이란 무엇인가? 나는 교회에서 동물은 육체만 있고 영혼은 없는 반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존재(이분설)라고 배웠다. 청년시절에는 인간을 육과 영과 혼으로 나눌 수 있다는 주장(삼분설)도 접했다. 도대체 영과 혼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혼’은 인간으로서 독특한 활동을 하는 정신적 영역이며, ‘영’은 신(神)과 만나는 특별한 존재영역인가? 성서는 이분설과 삼분설, 그 어떠한 주장도 명쾌하게 지지하지 않는다. 항상 궁금했던 차에 이영진 교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영혼에 관하여)>를 부분 발췌하여 해석하고 설명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를 알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로서 스승의 이원론을 겨냥해 이 책을 썼단다. 관념론의 창시자 플라톤은 비물질적이고 절대적인 참 실재로서의 ‘이데아’와 물질적이고 상대적인 이데아의 그림자인 ‘모상’을 나누었다. 그런데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원론에 해체당한 영혼의 진정한 형상을 복원하려고 했다. 그는 영혼(프쉬케)을 일종의 기능으로 이해하였다. 영혼이 있기에 운동능력, 욕구 능력, 사고능력, 상상능력, 윤리능력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혼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서는 ‘살아있는 영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네페쉬 하야’를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인간에게만 있는 영혼의 기능은 아마도 윤리능력일 것이다.

 

이영진 교수는 <데 아니마>에서 영혼의 다양한 기능적 능력을 하나씩 발췌하여 설명한 뒤 이원론, 유물론, 유심론, 일체론, 심리론, 뇌이론 등 다양한 심신 이론들을 소개한다. 자연과학적 사고에 젖어있는 현대인은 너무 쉽게 이런 세계관들을 전제로 모든 사물을 바라본다. 이런 이론들은 플라톤의 이원론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다. 이것들은 ‘정신은 육체와 분리된 것인가 합한 것인가’라는 틀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적 영혼 이론은 ‘정신은 육체의 결과인가 아니면 육체가 정신의 결과인가’라는 인과의 틀로 돌려놓았다. 그래서 이영진 교수는 마태복음22장 37절을 “네 심장을 다하고 영혼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사역(私譯)한다. 그리고 “심장, 영혼, 마음, 힘을 사랑으로 향하는데 있어 그 장소로 결코 특정 지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영+혼+육’ 혹은 ‘영혼+육’ 혹은 ‘영+혼육’을 잘라서 규정할 수 없었던 이유다”(p. 213)라고 단언한다.

 

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를 통해 새롭게 배운 통찰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너무 플라톤의 이원론에 함몰되어 사고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그래서 식물이나 동물을 영혼이 없는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함부로 대한 것은 아닐까? 또한 기독교의 구원에 관련해서 육신과 관련된 것들을 너무 무시한 것은 아닐까? 인간에게서 육체와 영혼은 과연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육체가 없는 영혼은 귀신이며 영혼이 없는 육체는 시체에 불과한 것으로, 그 어느 것도 결코 인간이 아니다. “플라톤이 제시하는 길은 고달프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길은 행복하다”(p. 223)는 이영진 교수의 평가에 동의한다. 몸과 영혼은 하나다. 이원론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길 것이다. 이 멋진 책은 영혼에 관해 깊은 사유(思惟)를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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