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 - 혁명.이데올로기 편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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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광장에서 힘차게 울리는 시민의 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이전에 독재 정권에 맞선 여러 번의 시민 혁명은 언제나 미완으로 끝났다. 광장에서의 목소리로 정권을 바꾸었지만, 또 다른 정치 기득권자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말았다. 그들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시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였고, 결국 불안과 고통으로 가득 찬 시민들은 다시금 분노하며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이전보다 시민은 좀 더 성숙한 듯 보인다. 비폭력 시위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다.. 또 이런 저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대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는 정말 반가운 책이다.

 

철학카페 1권은 혁명, 이데올로기 편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했듯, 우리는 누구나 개인으로 태어나 시민으로 살아간다. 우리를 위험사회로 몰아가는 기업과 정부에 대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있는가? 나는 이런 질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1부 <혁명>에서는 <안티고네>의 낭독공연을 소개하기 전 미켈란젤로 프로젝트를 알려준다. 마켈란젤로는 ‘제거의 방식’(via di levare)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도 ‘예’가 아니라 ‘아니오’라고 말하는 부정을 통해서 형성된다.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형상에 합당치 않은 모든 것을 ‘아니오’라고 부정함으로써 진짜 민주주의의 것만 남겨 놓아야 한다. 여기서 “빼기”는 부정(negation)이 아니다. 마땅히 드러나야 할 것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 외쳐지는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아니오’는 참된 민주주의를 드러내기 위한 ‘빼기’가 아닐까? 이야기는 당연히 <안티고네>로 연결된다. 안티고네는 왕의 명령(실정법)을 거부하고 오빠들의 장례를 치러준다. 그녀는 그것이 신의 법(자연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티고네는 최초의 자연법 수호자이며, 시민불복종운동의 선구자다. 저자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설명하면서 현란할 정도로 많은 철학자들과 실행자들을 언급한다. 지젝, 헨리 데이비드 소로, 마하트마 간디, 등. 그리고 이 운동의 고갱이는 ‘행동으로 옮기기’라고 주장하며 다양한 인물을 소개한다. 삼나무 숲을 지키기 위해 직접행동에 나선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세르비아의 독재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오토포르’ 저항 운동의 선구자 ‘스르자 포포비치’ 등. 한편, 크레온 왕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체제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를 발명해 냈다. 그리고 이런 인간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자기 계발’은 온통 과잉의 긍정주의를 앞세워 인간들을 ‘자기-몰아세움’과 ‘자기-닦달’로 몰아간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다시 ‘빼기’의 방식에 주목해서 참다운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2부 <이데올로기>에서는 ‘이데올로기’를 정의하면서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의 낭독 공연을 보여준다. 김용우는 이 소설이야 말로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며,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밝혀 준다는 평가한다. 인간이 ‘이성’을 통해서만 역사를 바꾸려할 때, 이데올로기에 매몰되고 만다. 그래서 인간의 속박 당함을 철폐하기 위한 혁명이 인간을 속박하고, 학살행위를 없애기 위해 학살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십자군 운동이 그 실례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도스토옙스키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청년시절 무신론적 사회주의자 비사리온 벨린스키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4년간의 수용소 생활에서 그는 합리적인 지식인보다 무식쟁이 촌뜨기들이 오히려 더 지혜롭고 선하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전자는 투쟁과 혁명의 이론으로 무장했고, 후자는 용서와 사랑의 교훈으로 살아간다. 도스토옙스키는 벨린스키에게 굴복하는 대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였다. 그의 신념의 변화는 이성이 아니라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사회를 변혁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혁명은 인간의 이성만 의지하서는 안 된다.혁명의 중심에는 인간 개개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인간애가 있어야 한다.

 

이 책, 대한민국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제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에 시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정말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대한민국 시민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아니, 정독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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