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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 / 김영사 / 2016년 9월
평점 :
이 책은 종교 진화적 관점에서 종교, 특히 초월적 감사자인 Big God을 믿는 거대종교가 어떻게 초사회성(ultra-sociality) 형성에 공헌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종교의 미래는 어떠할지를 진지하게 연구한 책이다. 이 책의 논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은 “결속력이 강한 소규모 집단(게마인샤프트)에서 유전적으로 무관한 익명의 낯선 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규모로 지속적으로 협력을 실천하는 익명의 거대한 사회(게젤샤프트)로 급격히 변모하는 과정을 겪었다”(pp. 18~19). 즉,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혈연과 관계없는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일에 거대한 신들(Big Gods) 을 섬기는 친사회적 종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수렵채집 사회에 있던 샤머니즘은 도덕적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 인간의 조상들이 믿었던 신은 비도덕적 범죄행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제물을 바치고 의식을 통해 달래야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신은 인간의 도덕적 행동을 제대로 감시할만한 전지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존재였다. 하지만 친사회적인 거대 종교가 등장하면서 거대 집단 내 구성원들의 협력을 촉진시켰다. 왜냐하면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간다’는 말이 있듯,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는 초월적인 신의 존재는 인간으로 하여금 도덕적으로 좀 더 올바로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거대 사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속적 사회는 종교라는 사다리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왔다. 즉, 거대종교 덕에 거대 사회는 구성원 간의 협력과 신뢰를 이루었다. 이제 목표를 이루었으니 사다리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것일까? 실제로 덴마크 같은 무신론적 사회에서는 거대종교의 역할을 정부가 감당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강해지면 종교는 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미래에 종교는 사라질 것인가? 저자는 친사회적 거대 종교가 세속 제도나 정부보다 유리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신앙인들의 높은 출산율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직도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아직도 종교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종교로 귀의하는 자들도 여전히 많다. 아마도 종교 간의 갈등과, 종교와 세속적 삶의 방식과의 알력은 다음 세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한다(p. 351).
종교를 가진 자로서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오강남 종교학 교수의 해제도 유익했다. 결국 종교의 기본은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기 혼자 천국에 가고자 애쓰는 자는 진정한 신앙을 가지지 못한 자일 것이다. 종교는 신앙인들에게 이기주의와 탐욕을 극복하고 도덕적으로 고결한 삶을 추구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타종교와 대립하기보다 같은 방향으로 손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