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인 아트
배정원 지음 / 한언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예술에서 섹스는 언제나 중심 주제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예술은 삶을 다루고 섹스는 삶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 자체이기에, 예술에서 을 다루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명화를 통해 삶의 근원적 힘인 성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는 성전문가의 글이 흥미를 자극한다. 저자 배정원은 그림을 통해 성에 관한 많은 것들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Part One. 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다나에>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소개한 뒤 남자의 정액에 관해 말한다. 프랑수아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에서는 키스에 대해,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에서는 애무에 관해, 라파엘로 산치오의 <라 푸르나리나>에서는 심지어 유방암에 대해 말한다. 내 나이의 남자에게 청소년 성교육과 같은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별 감흥이 없다. 그래도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아리 세퍼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그림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아쉽게도 저자는 이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으로 설명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살짝 망쳐놓지만, 역경과 좌절이 사랑의 열정을 부추긴다고 말함으로써 열정적 사랑의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나에게는 ‘Part Two. 그림자‘Pat One’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여기에 제시된 명화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의 실제 모델인 엘리자베스 시달은 <판도라>를 그린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바람기로 인해 고통당했고 결국 몰핀으로 자살했단다. 그녀는 오필리아와 같은 삶을 산 것이다. 한편 남편인 로세티가 그린 <판도라>의 실제 모델은 자신의 친구 윌리엄 모리스의 부인인 제인 모리스였고 그녀는 로세티의 연인이었다니, 지금의 관점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륜이다. 이 무모하고 이기적인 사랑의 에너지가 로세티의 예술 열정을 불타오르게 한 것일까? 틴토레토의 <불카누스에게 발각된 비너스와 마르스>에서는 성적 유머를 느낄 수 있었다.

 

‘Part Three. 사랑, 그리고에서 보여준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자위>는 이 책의 첫 번째 작품 클림트의 <다나에>와 대착 지점에 있는 작품인 듯하다. 클림트가 성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표현한 반면, 실레는 감정이 생생하게 이입되도록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출품될 당시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혐오스러운 반응을 얻은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매춘에 대해 담론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이 책은 명화를 통해 성 담론을 이끌어 냈다. 이런 시도 자체가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과 관련해 저자가 풀어 놓은 성담론을 따라가다 보면, 명화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독특한 성인문학책을 통해 즐겁게 명화를 감상하며 독서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즐거움이 있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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