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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 역사보다 재미있고 소설보다 깊이 있는
위안텅페이 지음, 심규호 옮김 / 라의눈 / 2016년 8월
평점 :
<삼국지>는 남자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압박 속에 오래전 의무감으로 읽었다. 그 당시에는 그다지 재미나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중국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면서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를 접하면서 먼저 인터넷을 뒤져 삼국지와 관련된 중국의 간략한 역사를 정리해 보았다. 중국 역사는 ‘하, 은, 주 - 춘추 전국 - 진(秦) - 한(서한), 신, 후한(동한) - 삼국(위, 촉, 오) - 진(晉) - 5호 16국, 남북조’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삼국지>는 동한 말년 ‘황건의 난’을 배경으로 영웅호걸들이 등장해 전쟁을 벌이며 패권을 차지하는 과정, 그리고 위, 촉, 오가 쇠락의 길을 걸어 결국 사마 씨의 진(晉) 나라가 중국 전역을 통일하게 되기까지를 다루는 역사책이다.
자발적(?)으로 이런 역사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책장을 펼쳤다. ‘머리말’에 “세상의 많고 많은 삼국지와 삼국지 강의는 모두 다른 ‘결’과 ‘품’을 갖고 있다”(p. 5)는 문장을 접하고, 의문이 들었다. 삼국지가 많다고? 그리고 그 해답을 ‘역자 후기’에서 발견했다. 역자는 매우 친절하게 <삼국지>와 관련해 대여섯 명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는 정사 <삼국지>의 저자인 진수(陳壽), 진수의 삼국지의 빈약한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방대한 주(注기)를 달은 배송지(裴松之), 그 유명한 <삼국지연의>의 나관중(羅貫中), 그리고 청나라의 모륜(毛綸)과 모종강(毛宗崗)이다. 마지막으로 <삼국지 강의>의 저자 위안텅페이를 기억해야 하겠지! 역자는 이 책의 원저 타이틀이 ‘한말 삼국’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연의>에 나오는 내용을 역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위안텅페이 三國志 講義>는 무료할 정도로 딱딱한 진수의 책 <삼국지(三國志)>와 소설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나관중의 책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위안텅페이는 자신의 강의에서 <삼국지연의>에서 말하는 내용이 역사적 사실인지 질문을 자주 던진다. 예를 들어, ‘7강. 여포, 초선에게 홀리다’(p. 110)에서 사도 왕윤이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시키고자 ‘초선’이라는 여인을 이용했다는 이야기와 ‘9강. 천하를 도모할 삼형제(p. 142)에서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의형제를 맺었다는 ‘도원결의’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묻는다. ‘23강. 적벽을 불태우다’(p.372)에서도 적벽대전 전투가 사실적인지 묻는다. 역사적으로 이 전투에서 손권과 유비 연합군이 승리한 것은 제갈량의 신통력 덕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벽대전의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주유’이며 이 전투의 역사적 의의는 천하삼분의 토대를 마련한 전투라는 데 있다고 밝힌다(pp. 387~388). 이런 질문들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위안텅페이의 강의는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살아 숨쉬는 인간의 이야기로 덧입혔고, 소설적 내용들에서 역사적 의미와 삶의 통찰력을 얻도록 해 준다. 이 책 표지에 있는 부제목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역사보다 재미있고 소설보다 깊이 있는” <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여전히 방대한 분량과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역사와 인물 정리가 쉽지 않지만, 이전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무작정 읽을 때보다 훨씬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다. 역사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삼국지>는 확실히 ‘동양의 고전’ 중의 고전(古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