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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평점 :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김형석 교수님의 책 <예수>를 선물로 받았다. 성경 4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기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예수의 말과 몸짓에 담긴 뜻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예수에 관해 새로 배운 내용은 많지 않았지만 잔잔한 울림과 감동이 있었다. 김 교수님의 연륜에서 나온 해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책 <백년을 살아보니>도 기대가 되었다. 노(老)철학자에게 인생을 배우고 나의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이 살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들려주며 행복,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 돈과 성공, 노년의 삶에 대해 말씀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만 해서는 안 되며, 서로 주고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물으면서 그것은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지만,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참 소박한 바람이다. 인생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만이 겸손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싶다.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서로 사랑하며 다른 이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삶을 추구한 저자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내가 있다”(p. 48). 교수님은 90고개를 넘기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남기고 싶은 것이 없고 오직 한 가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한다(pp. 50~51).
그렇다. 가치 있는 인생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푸는 삶이다. 결혼과 가정에 대해서도, 교수님은 ‘결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이기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이기주의자는 사랑을 못한다. 사랑할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p. 65). 교수님의 자녀 교육 방침은, 평범하게 자라서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가능하면 주어진 분야의 지도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그 이상은 원하지도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단다(p. 106).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부모로서 부끄러웠다. 자녀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나도 탁월하지 않으면서 내 자녀들만은 탁월하기만을 바랬다. 왜일까? 자녀들보다 나의 행복과 만족을 더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그릇된 욕심이다. 자녀를 자연스럽게 키워야 한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가르침이 있다. “인생은 50이 되기 전에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자녀들을 키울 때도 이 애들이 50쯤 되면 어떤 인간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pp. 110~111).
노년의 삶에 대해서도 좋은 교훈을 얻었다. ‘인생은 60부터’,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노년기의 지혜는 늙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책임’, ‘표정은 밝게 얼굴엔 미소를’, ‘내가 먼저 고맙습니다’, 등등. 모두 어디서 들었을 법한 평범한 말들이지만, 존경하는 노철학자의 말씀이라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저자의 일송(一松)상 수상 소감을 마음에 간직하고 책을 덮는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9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p.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