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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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이 책의 부제목이 거슬리면서도 신경이 쓰인다. 나는 결코 여성차별주의자도 아니며 오히려 여성들에게 잘해주는 썩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나 등장하는 파렴치한 남자들은 실제로 별로 없으니까 그들이 뉴스거리가 된 것이라고, 나는 남자에 관한 변명을 애써 늘어놓는다. 왜냐고? 나도 남자니까! 이 책, 나 같은 남자가 격하게 공감할까, 거부감을 느낄까?

 

이 책의 1장, ‘머리 - 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를 읽고서는 작가 오찬호에게 일찌감치 항복했다. 그대 말이 맞다. 나는 어느새 공감능력을 상실한 마초같은 존재로 살아왔다. 나는 성평등주의자로 여자들을 한 인간으로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착각이었다.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예비군복을 입으면 사복 입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듯, ‘남성’이라는 유니폼을 입고 쓸데없이 용감하게(?) 살았다. 물론 나는 2장에서 말하는 ‘개저씨’는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직장에서 후배직원들에게 - 특히 여성들에게 - 반말을 하지 않고, 사생활을 묻지도 않고, 성적 농담도 전혀 하지 않는다. 스스로 가부장적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고 자부한다. 집에서도 아내에게 이것저것 명령하거나 지시하는 타입이 아니다. 오십대 남자지만 설거지도 한다. 물론 한 번 설거지 하면서 온갖 생색을 다 낸다. 또 명절이 되어 가족들이 모이면 은근히 가부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운전을 하다가 머뭇거리거나 서툴러 보이는 차가 있으면 아내에게 가끔 말한다. ‘저거 분명 여자다.’ 이런 말에 아내도 세뇌 당했는지, 운전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에 살 때는 나보다 더 빨리 운전면허도 따고, 나보다 더 많이 운전을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어느새 이 땅의 평균 남성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런 게 사회화의 무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 남자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직장 후배 여러 번 말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땅의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은 남성으로 살아가는 일보다 몇 배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감지하지 못했던 이 사회의 여성 차별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외모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현실, 여성 흡연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식당에서 종업원을 이모라고 부르는 이유, 등. 한국사회의 여자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낙후(?) 되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학자연하지 않고 때로는 발칙한 용어로 마치 맥주잔을 기울이며 나눌 법한 대화들로 가득 차 있으면서 대한민국 남성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보여주고 있다. 나 또한 이 땅의 평범한 남자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시해서 아내와 나의 자녀들이 남녀라는 성을 떠나 좀 더 ‘인간답게’ 생각하고 살기를 소망해 본다. 가정 밖에서 경험하는 사회화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알지만, 그래도 가정에서부터라도 올바로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남녀 성의 차별뿐 아니라, 빈부간의 차별, 지역과 학벌의 차별, 나이의 차별 등, 모든 부당한 차별로부터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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