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대회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을 읽어보았다. 조선 선비들의 삶과 글들을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이번 책 <문장의 품격>>을 기대하며 읽은 이유다. 그리고 안대회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조선의 문장가의 소소한 일상을 드러낸 글들을 이렇게도 친근하게 소개하고 그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니, 조선 문장가의 글뿐 아니라 안대회의 해설의 글도 명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소개한 조선의 명문장가 일곱 분 중에 처음 들어본 사람은 이용휴(李用休)와 이옥(李鈺)이다. 당시 문필가들은 모두 학자요 벼슬을 한 선비들이라 생각했는데 이들은 일종의 전업 작가였다. 안대회는 이용휴를 18세기 개성적 산문의 창작을 선도한 선구자라고 치켜세운다. 그는 짧은 글을 선호하고 매우 쉬운 어휘를 선택하는 대신 발상이 아주 기발하고 주제가 선명했다. 이용휴의 글 <미인의 얼굴 반쪽>을 읽고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해설에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비유임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은 아름다운 금강산을 다 보지 못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설명을 듣고 다시 읽으니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18세기 조선에서 즐겨 사용되었던 은유와 상징 기법은 품위가 있다. 그의 짧은 글 <이 사람의 집(此居記)>은 훨씬 더 훌륭하다. 우리는 사람들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신분이나 외모, 지위, 가문, 오늘날에는 특히 경제력을 우선적으로 본다. 이용휴는 그런 외적인 것으로 사람들을 판단하지 말고 사람 자체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루가 쌓여 열흘이 된다>에서는 당일(當日)의 중요성을 말한다. 공부하지 않은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날과 마찬가지로 공일(空日)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안대회에 따르면, 이옥은 18, 19세기를 대표하는 소품가다. 그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문제와 내용을 고집하다가 군주로부터 견책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관계진출(官界進出)의 길이 막히자 문학 창작에 매달렸다. <심생전(沈生傳)>은 오늘날의 풋풋한 자유연애 단편소설을 읽는 듯하다. 이 작품에서 조선 시대 처자(妻子)의 내면과 가치관을 읽어낼 수 있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묘사한 조선시대 고전 산문을 읽어보니, 고전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고전하면 사서삼경(四書三經)이 떠오르고 성리학(性理學)과 같은 심오한 철학이 떠올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 시대의 보통사람들이 살아간 일상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다가왔고, 고전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바탕인 된 <조선의 명문장들>이 날 한번 가져보라고 유혹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