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철학자의 살아 있는 위로
최훈 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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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너무나 사변적인 논리 전개를 요구하는 골치 아픈 학문이며, 실제 삶에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 철학책들을 읽어내면서 인생에는 깊이 생각해야 할 주제들이 참 많다고 느끼게 되었다. 인생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문제에 부딪힌다는 것이며, 따라서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직면한 삶의 문제들을 유명한 철학자들에게 가지고 가서 대화하며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삶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 기획이 참신하고 멋져 보였다. 실제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이라니 매력적이다. 

 

이 책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했을 삶의 고민들을 여러 철학자들에게 편지형식으로 조언을 구한다. 그러면 특정 철학자의 입장에서 답을 달고, 그 철학자에 관해서 간략한 소개를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철학자의 이론과 사상을 쉽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남편과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서 고민하는 결혼 2년 차의 여성에게 에피쿠로스의 철학으로 조언을 해 준다. 그리고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의를 내려준다. 진정한 행복은 자유, 우정, 성찰 등을 추구하고 누리는 것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인데 즐겁지 않아 고민인 새신랑에게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가 충고한다. 한 마디로 이 땅에 완벽한 행복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나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고부갈등 중간에 끼어 괴로워하는 50대 남성에게는 장자의 철학을 들려준다. 장자의 철학을 현대적 용어로 바꾸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향유하는 진정한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소요유(逍遙遊)란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니체의 조언도 인상적이다. 기러기 아빠로 외로움을 느끼며 현재 잘 살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40대 남성에서 니체의 철학을 빌려 강하게 도전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의무를 묵묵히 견디는 낙타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자유의 상징인 사자의 삶을 넘어 어린아이의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스스로의 운명을 사랑하고(Amor fati), 스스로 위버멘슈(Übermensch)가 되어야 한다.

 

23명의 철학자가 들려주는 인생 조언은 너무나 유용하며,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철학자는 피터 싱어(Peter Singer)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 말했듯 그는 23명의 철학자 중 유일하게 ‘죽은’ 철학자가 아니라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윤리철학자다.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50대 주부에게 피터 싱어는 충고한다. 매번 같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리는 시시포스(Sisyphos)가 돌을 굴려 언덕 중간에 신전을 짓는 일을 한다면, 매일 바위를 굴리는 반복적인 행위도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아의 테두리를 벗어나 타인을 위한 삶을 산다면 인생은 의미 있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타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행동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피터 싱어 자신도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데 앞장서며 생명윤리학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이 책, 참 재미있고 유익하다. 다양한 인생고민을 접하고 철학자의 충고를 보면서 어느새 내 삶의 방향이 새롭게 설정되는 듯하다. 행복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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