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천, 삶이 역사가 되다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김영수 지음 / 창해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고의 역사책이라는 명성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사마천의 <사기>를 읽다가 지루해 포기한 적이 있다. 아마도 저자와 이 책의 역사적 의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영수는 <사기>와 사마천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20년 넘게 사마천과 <사기>를 연구하여 ‘현대로 재호출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것이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이란 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책은 세권으로 되어 있다. 일권은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삶과 그가 <사기>를 왜, 어떻게 기록했는지 수많은 자료와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이권과 삼권은 출간될 예정인데, 소개한 글을 보니 이권은 <사기>를 쉽게 읽도록 사기의 체제와 내용 등을 다양한 표와 함께 제시한 것 같다. 아마도 <사기> 참고서라 할 만 할 것이다. 삼권은 저자가 20여 차례 사마천의 고향 한성시를 탐방하면서 사마천의 사당과 무덤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다.

 

이 책에는 가상의 학생이 등장한다. 그 학생은 저자 김영수와 대화를 하면서 질문을 던지거나 김영수의 가르침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특히 사마천이 역사서 집필을 착수하고 ‘이릉’을 두둔했다 무제의 미움을 받아 옥에 갇히는 사건을 파헤친 8장(인연인가, 악연인가)과 그가 궁형을 자청한 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사기>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묘사한 9장(명예로운 죽음보다 치욕스런 삶을 선택하다)은 한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듯 흥미진진했다. 중간 중간 ‘동성애’나 ‘혹형’에 관한 역사 이야기는 상식을 넓혀주는 즐거움을 준다. 무엇보다 사마천이 죽음과 삶에 대한 깊이 깨달은 것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p. 362). 결국 죽음의 의미는 “삶의 흔적으로 결정된다.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이 문제다”(p. 363).

 

김영수는 <사기>를 역사적 문학서, 문학적 역사서라 설명한다. 사마천 개인의 울분과 원한이 역사서에 반영됨으로써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허물었고, 이로서 문(文)과 사(史)가 하나 된 철학(哲學)으로 승화된 것이다(p. 371). 그는 사마천이 <사기>를 완성함으로서 제자백가가 마무리 되었다고 본다. 즉 “제자백가에 ‘사가(史家)’가 포함되어야 한다”(p. 374)고 주장한다. 책을 읽기 전의 사람과 책을 읽은 후의 사람은 다르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사기>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 <사기> 읽는 일을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것도 요약본이 아니라 원본을 완역한 책에 도전하고 싶다. 이권이 출간될 날만 기다린다. 일권을 통해 사마천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이권을 참고서로 해서 직접 <사기> 읽기에 도전할 것이다. 문사철(文史哲)이 함께 담긴 최고의 인문학 책으로 <사기>가 나를 유혹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