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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필사책 : 소로우가 되는 시간 - 필사로 만나는 치유와 사색의 시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안진희 옮김 / 심플라이프 / 2016년 1월
평점 :
오래전에 <월든>을 읽어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이 책을 만나 반가웠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글들을 직접 써보면 생명력 넘치는 삶에 대해 깊고 넓은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다. 책이 참 잘 만들어졌다. 이 책을 엮은 안진희는 7년 전쯤 초보 번역가로 <월든>을 처음 접했을 때 재미없어 절반도 읽지 못했는데 3년 전 소로우 150주년 때 다시 펼쳐 드니 이 책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삶에 지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소로우를 통해 작은 위로와 평화,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이 필사 책 작업을 했단다(pp. 8~9). 엮은이의 작업 의도는 적중했다. 소로우의 명문들을 또박또박 써 내려가는 동안 내 영혼은 평화와 자유를 경험했다. 무엇인지 모르는 든든함(?), 삶의 자유로움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책 앞부분에 소로우의 사진과 함께 그의 대표적인 작품 <월든>을 소개한다. “최소한의 옷,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최소한의 공간에 살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책”(p. 14)! 그의 생애와 소로우를 둘러싼 평가들, 그를 칭송한 사람들을 소개해 놓은 것도 소로우의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친절하게도 책 마지막에는 ‘소로우의 연보’와 그의 저서를 소개해 놓았다.
필사할 내용들을 ‘소박한 삶’, ‘살아가는 지혜’, ‘자연이 가르쳐준 것들’, 이렇게 세 부분으로 분류해 놓았다. 가난하게 살려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꾸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p. 26)는 소로우의 삶의 자세가 탄복을 자아낸다. 그렇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리 분주하게 쫓기는 삶을 살고 있는가? 소로우처럼 고독과 우정과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의자 세 개만 있으면 삶은 충만하지 않겠는가! 그의 글을 필사하면서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생각났다. 그는 삶의 진정한 쾌락(즐거움)을 위해서는 오두막과 빵 한조각과 철학을 논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된다고 했다.
나도 소로우나 에피쿠로스처럼 여백이 넓은 삶을 살고 싶다. 그러려면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이루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을 충만히 느끼고 살아내야 한다. 때론 잔잔한 개울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완벽한 고독과 고요함 속에서 깊이 사색하며 생명의 충만함을 느끼고 싶다.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사는 삶, 지금 도심의 일상에서도 이런 삶을 꾸려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