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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십대의 이유 있는 고전 ㅣ 비행청소년 9
이재환 옮김, 신병근 그림 / 풀빛 / 2015년 11월
평점 :
학창시절 오직 시험을 위해 고전의 내용을 억지로 암기하는데 급급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추억(?)의 고전들에 아련한 향수를 느끼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고전이 어떤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 고전의 저자는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읽게 된다.
이 책의 구성을 보니 마음에 쏙 든다. 이재환은 폭넓은 책읽기를 통해 얻은 필력으로 고전의 핵심과 가치를 쉽고도 정확하게 집어주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카프카의 <변신>, 소로의 <월든>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 세 작품을 이렇게 연결한 것은 정말 탁월한 시도다. <햄릿>은 다면적 인간 내면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 인생의 불확실함과 죽음을 잘 드러낸 작품이고, <변신>은 인간의 소외와 근원적인 불안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월든>은 자연과 함께 하는 소박한 삶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사실, 처음 이 책 목차를 보면서 <월든>을 앞의 두 작품과 나란히 놓은 것은 의외였다. 그런데 저자는 <월든>이 인간의 고독과 소외, 근원적인 불안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설명한다. 설명을 읽고 나니 그럴듯했다. 이재환은 고전을 개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고전들을 서로 연결해 생각해 보도록 매우 훌륭한 시도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책은 인간, 역사, 국가, 지도자, 경제에 관한 유명한 고전들의 핵심 주장들을 너무나 알기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작품들과 비교함으로써 어느 한 작품에 매몰되지 않고 폭넓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하도록 도와준다. 대표적으로, 저자는 덕치주의를 주장하는 <논어>와 법치주의를 주장하는 <한비자>를 나란히 설명하고,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대조해 주었다.
저자는 어려운 고전(古典)의 세계에서 헤매며 고전(苦戰)하지 않도록,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는데, 그의 집필 의도는 정확하게 달성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백미(白眉)는 각 장 마지막에 있는 ‘정리해봅시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차근히 들여다보고 끝까지 따라갔다면, 가장 탁월하고 친절한 고전 강의를 연속으로 들은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고전을 직접 읽어본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