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 - 경험이 철학이다 지혜의 씨앗 씨리즈 3
아네트 C. 바이어 지음, 김규태 옮김 / 지와사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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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에 회의를 보였던 경험주의 철학자! 내가 데이비드 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의 전부였다. 데이비드 흄의 생애와 사상을 알고 싶어 이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의 저자 아네트 C. 바이어는 흄 연구 전문 도덕철학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흄의 생애와 사상을 연결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철학이란 무엇이며, 이 위대한 철학자의 삶은 어떠했는지 알리고자 노력한다(p. 9). 말하자면 이 책은 흄 철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나 같은 독자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7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흄의 자서전의 내용 일부를 각 챕터 맨 앞에 붉은 글씨로 소개한다. 그리고 흄의 삶을 토대로 그의 저서와 철학을 설명한다. 매우 명쾌하고 도움이 되는 책 구성이다.

 

흄은 어린 시절 신을 믿는 쪽이었지만 기독교를 옹호하는 책을 보고 오히려 신앙심이 약화되었고, 골수 편견으로 똘똘 뭉친 지방 성직자들의 모습 때문에 신앙심을 버린 듯하다. 어쨌든 그는 법조계에서 일할 것이라는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철학과 일반 학문에 깊이 빠져 들어갔다. 그는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에서 인간의 정념(passions)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의 이성을 최고로 높였던 데카르트와는 달리 흄은 인간의 이성을 정념의 시녀 정도로 본 것이다. 흄은 정신이 어떻게 작용해서 ‘지각(perception)’에 이르는지 규명하고자 하는데, 인간의 모든 지각은 인상(impression)과 경험을 통한 관념(idea)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논고> 2권에서 밝혔듯, “의무와 정념이 상반될 때 의무가 정념을 이기기는 어렵다”(p. 45)고 그는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의 타고난 기본 욕구를 ‘죄악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본다. 이후 데이비드 흄은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도덕과 정치 소론> 등과 같은 책을 출간했지만 반응은 시원찮았다. <정치론>을 출간하고서야 그는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집필한 <영국사>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자, 그는 대중이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는 서사요 역사가로 시간을 보냈고 그 후 유명인들과 교류하면서 물질적으로도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된다. 그의 자서전 <나의 생애>에 따르면, 그는 세속적인 부에 대해 초월했으며, 문필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의 자서전은 흄이 자신을 어떻게 봤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 하겠다. 그는 지나치게 사변적인 철학이 아니라 삶의 연장으로서의 철학을 옹호했다. 그는 인간의 악한 본성도 이해했고, 인간의 종교적 기질도 꿰뚫어 볼 줄 알았다. 그리고 불완전한 사회에서 살아가며 관습에 순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렇기에 프랑스 혁명을 정당화하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글이 오히려 19세기 영국 개혁 법안들과 20세기 여성 참정권의 근거가 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확실히 회의주의자이며 동시에 낙천주의자라 할 수 있다.

 

이 책 뒷부분에 흄의 생애와 저작물에 대한 연보를 실어놓았다면 흄의 생애와 사상의 발전을 더 일목요연하게 보고 그를 더 잘 이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흄의 철학 입문서로는 가장 간략하면서도 가장 탁월한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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