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사진, 존 말루프 외 글,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윌북에서 출간한 「Vivian Maier, 나는 카메라다」를 통해 비비안 마이어와 그녀의 사진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사진 중 거울, 반사경, 상점 유리창 앞에서 반사된 빛 때문에 얼굴이 선명하지 않은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들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50년 동안 15만 장의 사진을 찍었으면서도 거의 인화하지 않은 신비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삶과 마음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그녀의 셀프 포트레이트일 것이다. 윌북에서 그녀의 셀프 포트레이트만을 묶어 앨범 느낌의 책을 내 놓았다. 그녀의 사진을 좋아하게 된 나에게는 너무나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녀가 정사각형 프레임으로 구도를 잡을 수 있는 롤라이플렉스를 언제나 들고 다녔음을 셀프 포트레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사하는 사람의 손에 들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p. 71)에는 유머와 호기심이 담겨있다. 마이어는 평소에 좀처럼 웃지 않았다는데, 사진으로 웃음을 표현한 것일까? 수많은 그림자 자화상(pp. 6, 34, 37~44, 60. 62~65, 84~85, 88~95, 105, 115)은 그녀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셀프 포트레이트는 작가가 자신과 자기 주변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대변한다는데, 그녀는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빛과 그림자로 생각한 것일까? 존재하지 않은 듯 존재하는 그 무엇! 그녀는 우울하고 냉담하며 동시에 직설적이고 성마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마이어는 좀처럼 다른 사람과 사진을 찍지 않았다. 가끔 사진 속에 아이들이 등장할 뿐이다. 이렇게 독립적인 사람이 찍은 자화상은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다. 

 

마이어의 사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대한 애착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 전문사진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자신을 알아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마이어는 그저 세상과 자신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것 같다. 그녀에게 사진 찍는 일은 인생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며, 세상과 공감하는 행위다. 그래서 그녀의 사진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특별해져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홀로 찍은 사진에는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깃들어 있다. 이 책 맨 마지막 사진(p. 118)을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편집자 존 말루프가 이 사진을 마이어의 셀프 포트레이트로 분류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그녀의 그림자조차 없지만 세상과 자신을 빛과 그림자로 묘사한 마이어라는 무명의 사진작가를 독자에게 충분히 각인시켜주는 사진인 것이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의 셀프 포트레이트로 존재 한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나는 비비안 마이어다. 나는 카메라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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