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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모험 - 인생의 모서리에서 만난 질문들
신기주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7월
평점 :
16년째 저널리스트로 취재현장을 누벼온 신기주 기자가 인생, 정치, 경제, 예술, 등 인문학 분야의 영역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 16명을 인터뷰해서 책으로 엮어냈다. 무엇보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의 모험>! 신기주는 인생의 모서리에서 만나게 되는 질문들을 각 분야의 명사들에게 던진다. 인터뷰에서 던져지는 질문들은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마주했을 의문들을 묻고 또 묻는 과정에서 진실과 진리와 지혜를 얻고자 한다. 특히 여러 주제에 관해 사뭇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의 지평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생각의 모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재야 인문학자 강신주는 자신이 사람들과 상담하는 일을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당장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이 사람의 마음에 매설된 지뢰의 뇌관을 건드리면 폭발하여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람들의 고통과 문제에 성실히 직면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철학적 사유는 “한 사람이 제대로 사랑하고 향유하고 살아가는”(p. 36) 것에 깊이를 계속 더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나는 철학적 사유에 관한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파킨슨병으로 고통당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 글을 쓰는 정신과 의사 김혜남의 인터뷰 내용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녀는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어요. 죽은 사람만 문제가 없죠. 사람이 산다는 것은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는 과정이거든요.”(p. 47)라고 말하면서, 우리 인생이 수많은 문제들로 가득 차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가 ‘신드롬(증후군)’이라는 병을 끊임없이 만들어 모두를 환자로 취급하고 그들에게 소위 ‘힐링 상품’을 판다고, 그래서 삶의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게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또 본래 정상이란 양극단의 5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인데, 한국 사회가 10퍼센트를 정상이고 나머지를 비정상으로 만들었다고 일침을 가한다. 왜 꼭 1등을 해야 하는가? 왜 빵을 만들어도 세계서 제일 맛있는 빵을 만들어야 하는가? 자기가 만들 수 있는 빵을 만들고, 내일 빵을 오늘 빵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어주면 된다고 말하는 그녀의 당찬 주장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 상당히 재미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각 분야의 명사들, 기자, 경제학자, 시사토론 진행자, 범죄 프로파일러, 사회학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사진작가, 건축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꽤나 깊이 있는 인문학적 내용들을 친근하게 들려준다. 16명의 인터뷰이들의 사진들도 강렬하고 인상적이고, 그들의 Profile도 인터뷰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명사들의 옆자리에 앉아 그들의 근황을 듣고 그들과 즐겁게 인문학적 수다(?)를 떠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