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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번뜩이는 지성과 반짝이는 감성으로 나를 포장하자 ㅣ 눈으로 보는 시리즈
히라마쓰 히로시 지음, 박유미 옮김 / 인서트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너무나 많아, 그 중 4대 비극과 5대 희극의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본의 미술평론가 히라마쓰 히로시(平松洋)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내용을 주제로 그린 회화 작품들을 보여주며 셰익스피어 작품의 줄거리와 유명한 대사들을 소개한다. 문학과 미술의 멋진 만남이라 생각하며 책을 보았다.
저자는 ‘총론’(pp. 8~17)에서 18세기 영국에서 어떻게 셰익스피어 회화 작품들이 유행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존 보이델이 당시 최고 화가 32명에게 셰익스피어 작품 그림을 의뢰하여 ‘셰익스피어 갤러리’를 만들었단다. 흥미로운 것은 원화를 동판화로 복제하고 셰익스피어 희곡을 넣어 책으로도 출간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로써, 셰익스피어를 핵심 콘텐츠로 한 비즈니스를 한 것이었다. 어쨌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감성을 중시하고 중세 취미와 이국정서를 동경하는 낭만주의 화가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영국에서는 밀레이, 헌트, 로제티 등이 ‘라파엘 전파(前派)’를 결성하였다. 이들은 아카데미를 이상으로 여긴 라파엘 미술을 비판하고, 라파엘 이전의 자연적이고 진실한 표현 양식인 중세 회화를 중요시했다. 이들은 불후의 인물로 구약성서의 욥기의 저자와 셰익스피어를 꼽았다. 따라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라파엘 전파의 주요 주제이며, 워터하우스 등 후기 라파엘전파도 셰익스피어를 주제로 답습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이미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로렌스 알마타데마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만남>, 외젠 들라크루아의 <클레오파트라와 농부>,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의 <악몽>과 <잠에서 깨어난 티타니아>, 존 월리엄 워터하우스의 <미란다>, 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연결시켜 설명할 때, 이런 회화 작품들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라는 화가의 삶을 알게 되면서 그의 작품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었다. 또 보이델의 ‘셰익스피어 갤러리’에 출품한 로버트 스머크, 윌리엄 해밀턴, 프랜시스 휘틀리의 작품들도 새롭게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희극, 낭만극, 역사극, 시편에 걸친 수많은 작품들을 관련된 그림과 함께 소개해준다. 이 책에 나오는 회화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를 가지고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 읽어내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 내가 모르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내용들을 파악하며 독서했다. 덕분에 문학과 회화 미술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책에 소개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번 독서는 몇몇 라파엘전파의 화가들에게 친숙히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문학작품과 회화미술의 접목을 시도한 이 책의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