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학개론 - 삶과 함께하는 죽음
윤득형 지음 / 샘솟는기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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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때로 교회에서 장례식이 발생하면, 유족들을 어떤 말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이런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러기에 이 책 <슬픔학 개론>은 제목부터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슬픔’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슬픔학’이라니 저자가 궁금해졌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자신은 평생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저자 윤득형은 미국 신학교에서 목회상담학으로 학위를 받고, 병원과 호스피스에서 임상훈련을 받았으며 캘리포니아 감리교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사역한 목사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슬픔 중에 있는 자들을 어떻게 도울지 차근차근 이야기 한다. 포켓 가이드(pocket guide)에서는 중요한 용어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정리해 놓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열배는 더 유용하고 가치 있는 책이다.

 

죽음을 앞에 두거나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을 앞에 두었을 때, 인간은 자신의 유한함을 생각하고 신의 존재와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것을 ‘의미 만들기(meaning-making) 과정이라 한다. 상실과 슬픔의 시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슬픔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위로는 사람들이 마음껏 슬픔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함께 있어주고 들어주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알렌 울펠 박사는 상담을 치료하는 과정이 아니라 동반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저자는 울펠 박사의 ’동반하기(companioning) 11가지 원칙‘을 소개해 주는데, 위로자들이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동반하기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동참하고, 다른 사람의 영혼의 거친 상태에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동반하기는 영적인 면을 존중하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것은 곁에서 함께 걸어주며, 침묵의 거룩함을 발견하는 것이며, 혼란과 혼동되는 상황을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 그것은 늘 새로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pp. 151~152).

 

특히 part6, ‘기독교와 죽음’(pp. 96~202)이라는 항목은 임종을 앞두고 환자에게서 신앙고백을 받아내려는 노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목회 경험을 나누며, 죽어가는 자가 예수님을 영접하는 문제는 인간의 영역을 떠난 문제이니 그것보다는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가치를 존중하고 가족들과 함께 화해하며 좋은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노력으로 임종의 순간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거룩한 순간이 되며, ‘예수천당 불신지옥’의 단순 논리를 넘어 사랑의 하나님과 초월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은혜의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단지 호스피스와 유족들을 위로하는 방법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믿음과 영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도록 인도한다. 교회 식구들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정말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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