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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투쟁
장정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장정일’은 지독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이 책 2006년판 서문에서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라고 말합니다. 그는 제도권 교육은 많이 받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치열하게 공부한 사람입니다. 그가 읽은 책들은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일 뿐 아니라 어지간히 마음먹고 달려들기 전에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깊이 있는 책들입니다. 사회 현상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갈 수 있는 책들,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들, 정치와 관련된 책들, 시인답게 문학에 관한 책들, 심지어 모차르트에 관한 책들까지 그는 거침없이 읽어내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정열적으로 쓴 책만이 정열적으로 읽힌다고 했는데, 내가 <장정일의 공부>를 정열적으로 읽고 있으니, 그가 얼마나 정열적으로 글을 썼는지 증명한 셈입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도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아마도 그가 폭로하는 사회적 위악과 왜곡된 역사의식에 나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이 책에 담겨있는 다양한 책들에 대한 서평에는 민족주의, 우파, 전체주의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좌파적’ 시각이 뚜렷해서 나 같은 독자에게는 불편합니다. 이런 불편함은 단지 그가 좌파적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거나 내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의 글에서 몇 몇 책들을 편파적으로 취해 자기 취향에 맞게 비판한 것들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적은 분량의 서평에서 그 내용들을 일일이 밝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도 그의 치열한 비판적 시각과 사고방식은 묘한 마력이 있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게 합니다.
이 책 부록에 ‘장정일이 공부한 책 목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장 백 권이 훨씬 넘는 목록이네요. 내가 읽은 책이 몇 권 없어 부끄럽습니다. 장정일은 서문에서 이 책의 내용이 시작에 불과하지만 내놓는 이유는 “원래 공부는 ‘내가 조금하고’ 그 다음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공부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십여 년 전 이 책을 출판했을 때, 장정일은 독자가 ‘여기서부터는 내가 더 해 봐야지’하고 발심(發心)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나온 이 책은 여전히 독자로 하여금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니, 이미 출판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듯합니다. 장정일에게서 독서와 사유에 관해 크게 도전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