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시인 정호승의 시들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의 시에는 삶이, 사랑이, 아픔이, 죽음이 나지막이 내려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산문집에도 시처럼 이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작가는 출판사를 달리하며 나온 네 번째 개정판인 이 산문집이 기구한 운명을 지녔기에 이 책을 통해 인생의 자세를 가다듬는다고 말합니다(p. 6).

 

이 책은 ‘나를 먼저 용서합니다’로 첫 글을 엽니다. 상처받지 않고 인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 정호승은 송봉모 신부의 <상처와 용서>라는 책을 성서처럼 읽고 먼저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나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1부의 타이틀이 된 ‘십자가를 품고 가자’에서 송봉모 신부의 또 다른 책, <광야에 선 인간>에 나오는 우화를 소개합니다. 그 우화는 자신의 십자가가 마음에 들지 않은 자가 하나님께 불만을 터뜨렸고 다른 십자가를 골랐는데 결국 처음의 자기 십자가였다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인생길에서 자신이 져야할 고통스런 십자가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십자가를 대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하루살이가 하루 사는 그날은 불행히도 온 종일 비가 오는 날일 수도 있지요. 하루살이는 불평하지 않고 그 날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래를 먼저 보세요’에서는 작가의 겸손함과 불행한 이들에 대한 그의 연민과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위로받는 일이 아주 이기적인 방법이지만 인간인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정직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나의 불행이 남을 위로하는 일보다 남의 불행이 나를 위로하는 일이 더 많았다. 불행한 이들에게 많은 빚을 지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 셈이다”(p. 37).

 

2부 ‘꽃에게 위안 받다’에 나오는 동화작가 정채봉의 이야기와 공씨 책방 이야기는 정호승 시인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인생과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 줍니다. 3부와 4부의 글을 읽으며 상상해 봅니다. 정호승은 삶의 고통을 시(詩)로 극복하는 천상 시인입니다. 만일 그가 이 땅에서 외로운 시인이 아니었다면 가난한 수도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만일 그가 다른 별에 태어난다면 외로운 자들을 위로해 줄 길가의 꽃이나 ‘하루를 한 해처럼 사는, 급할 것 없는’ 나무가 되었을 것입니다. 어느새 나의 생각은 시인에게서 나 자신에게로 옮겨져 있습니다. 그럼, 나는 ‘이 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시인의 글들은 나를 위로하고, 때로 도전하고, 때로 희망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나의 책꽂이에 있는 정호승의 시집들 옆에 이번 산문집을 가지런히 꽂아 봅니다. 눈길이 닿을 때 가끔 뽑아 들 것입니다. 하얀 책표지에 심플한 글씨체로 써 있는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책제목이 내 가슴에 깊게 새겨집니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 시간이다”(피에르 신부)라는 글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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