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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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주인공이 벌레로 변하는 이야기 속에서 내 속에 있는 청년의 불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꿈결 출판사에서 <변신>과 함께 카프카의 단편 열 한편을 모아 ‘꿈결 클래식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친근한 일러스트로 가독성이 뛰어나고 옮긴이의 해제로 작가의 세계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읽어 본 단편들이 여럿 있었기에 이번에는 옮긴이의 ‘해제’를 먼저 보았습니다. 카프카의 생애와 그의 문학 세계에 관한 설명을 미리 보면, 그의 작품들을 좀 더 제대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자수성가한 카프카의 아버지는 예민한 아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누이동생 엘리와의 편지에서 ‘부모의 이기주의’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부모는 싫어하지만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아이에게서 발견하거나 아이에게서 자신이 기대하는 탁월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격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탁월함으로 여기는 그 무엇을 아이에게 두드려 박아 넣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드려 박아 넣는 동안 아이는 부서”(p. 218)집니다. 카프카의 이 말이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한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내가 카프카의 아버지와 같지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카프카가 아버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변신>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며 열심히 일해 외판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벌레로 바뀌자 아버지는 완력으로 그레고르를 방으로 보내고, 후에는 그에게 사과를 던져 ‘그 벌레’는 등에 사과가 박혀 치명적인 상처를 입습니다. 카프카의 편지에서처럼 결국 아버지가 던지 사과가 원인이 되어 ‘그 벌레’는 부서집니다(죽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소풍을 떠납니다.

 

청년시절에 읽은 <변신>과는 달리 중년에 읽는 <변신>은 나에게 가장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이며, 부모와 자식은 어떤 관계이며, 가족이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는 가장이 어느 날 벌레로 즉,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면 가족들은 그를 어떻게 대할까요? 지금까지 이 작품을 거창하게 실존주의적으로, 혹은 사회학적이나 신학적으로, 아니면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독자에게 이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현재의 나의 삶과 상황에 관해 카프카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할 뿐입니다. 나는 누구이며 나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그레고르가 왜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니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카프카는 고통의 실존적 의미를 드러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는 문학에 관해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p. 225)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묶인 <변신>을 비롯한 열 한 개의 단편들은 나의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가 되었습니다. 왜 고전은 여러 번 읽어야 하는지 체험한 독서였습니다. 앞으로 ‘꿈결 클래식 시리즈’에 어떤 책들이 출간될지 기대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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