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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터 챙겨야 할 시간
고만재 지음 / 이다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몸 만들기 4주 혁명>, <12주 다이어트 플랜>, <6주 안에 만드는 섹시한 몸매>, <8주 식스팩 프로젝트> 등 자극적인 제목의 건강과 운동에 관한 책들이 판을 칩니다. 그런데 <몸부터 챙겨야 할 시간>이라니, 누가 그럴 모릅니까? 첫 번째 에세이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진짜 명품은 내 안에 있다’! 저자는 내면의 깊이가 있는 사람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차를 몰더라도 개의치 않듯, 몸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은 무엇을 입어도 멋있다고 말합니다(p. 14). 평범한 말인데, 몸과 건강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저자 고만재는 건강을 위한 혁신적인 운동법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강과 운동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진실을 진솔하고 편안하게 풀어놓습니다. 예를 들어, “걷기는 너무나 쉽지만, 그래서 특별하다.”(p. 37)고 말합니다. 건강을 위해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운동을,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라고 충고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고, 꾸준히 계속 하는 것입니다. 운동은 정직해서 한만큼 표가 나는 법입니다. 저자의 주장을 정리해 보니, 정말 평범합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그의 글을 읽는 내내 머리를 끄덕이며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마침 이사를 가서 집부터 사무실까지 왕복 한 시간 가량 걷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만보기 앱’을 내려 받아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해보고 있습니다. 걷기 시작하니 무엇보다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기더군요. 이전에는 짧은 거리도 승용차를 몰고 나갔는데, 이제는 걷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습니다. 걸으면서 거리의 풍경도 살피고, 사람들도 구경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체중계보다 줄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한 삼주 걸었는데, 바지 벨트 구멍이 하나 줄어들었습니다. 속도 편해지고 몸도 가벼워진 듯합니다. 지난 주에는 아내와 함께 안양천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 둘레 길을 걸었습니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유학시절 미국 중부에 살았는데 자주 드라이브하면서 광활한 자연을 즐겼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은 하지 않았죠.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서 갑갑하면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멀리 나갔습니다. 여전히 기름진 음식을 먹고, 이런 저런 문화생활(?)을 하면서 서울은 한적하게 걷고 즐길 곳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았거든요. 그러니 몸매는 망가지고 중년에 성인병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친한 친구처럼 다가와 충고합니다. “운동하고, 밥 한 숟가락 덜자”(p. 220)! 이 책은 나의 건강을 진정으로 걱정해주며 잔소리하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책을 덮으며 가장 인상 깊은 글을 떠올려 봅니다. “고맙다는 말 얼마나 자주 하세요.”(pp. 166~273).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아 쉴 틈이 전혀 없는 자신의 눈에게 고맙다고, 혹사해서 미안하다고 말해 주라는 것입니다. 아무거나 입에 털어 넣어 쉬지 못하는 위와 대장에게도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고, 체중이 불어나면 무릎과 발목에게도 인사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기 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그만큼 몸을 돌보고 살피겠죠. 몸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것,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 자세일 것입니다. 그런 고마움을 느끼는 때 우리는 몸을 챙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