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미숙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라는 책 제목은 그림과 역사를 좋아하는 저를 유혹합니다. 그 유혹에 넘어가 역사와 미술의 세계로 풍덩 빠지고 싶어 책을 펼쳤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인들의 초상화를 통해 근세 유럽의 복잡한 궁중 정치와 역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왕의 총희(寵姬)였던 여인들의 초상화를 통해 인류의 역사가 사랑과 욕망의 역사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회화풍의 <아네스 소렐>의 초상화(p. 58)에서 강아지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프랑스 왕 샤를 7세의 공식적인 총희였던 그녀가 왕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충성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앙리의 총희 <디안 드 푸아티에>는 퐁텐블로파의 화가에 의해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p. 64)로 표현되었고요. 아마도 16세기 프랑스 궁정에서 그녀보다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는 없을 것입니다. 부르봉 왕조의 앙리 4세의 연인 <가브리엘 데스트레>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퐁텐블로파 화가가 그린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의 그림(p. 148)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데, 조금은 기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를 알고 나니 이 그림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군요.
무엇보다도 왕의 총희 이야기에서 압권은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입니다. 그녀는 루이 15세의 총의였다죠.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이 초상화>(p. 194)는 유명합니다. 그녀는 당시 프랑스에서 화려하게 꽃피는 로코코(Rococo) 양식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유럽 궁정에서 총희들은 왕과 왕비가 받을 국민의 비난을 대신 받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국민들의 비난을 받은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루이 16세가 총희를 두었다면, 국민들은 왕비인 그녀 대신 왕의 총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루이 16세가 선대 루이 15세 처럼 총희를 두지 않은 것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불행의 씨앗인 셈입니다. 그야말로 사랑과 욕망의 역사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세상은 남자가 다스리고, 남자는 여자가 다스린다’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앤 불린>, <캐서린 오브 아라곤>, <앤 오브 클레베> 등 헨리 8세의 여인들의 초상화와 <엘리자베스 1세>, <메리 스튜어트>, <헨리에타 마리아>의 초상화로, 난해한 영국과 프랑스 왕실의 역사를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또 프란츠 빈터할터의 초상화가 왜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는지, <16명의 재키>를 만든 앤디 워홀의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설명함으로써, 회화의 한 장르로서의 ‘초상화’의 의미도 생각하게 합니다. 유럽의 궁중 정치와 역사, 그리고 초상화라는 회회 장르의 의미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이 크게 유익할 것입니다. 역사와미술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운 즐거운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