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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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축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입니다. 평생 서울에 살면서, 유명한 건축물들이 들어서면 찾아가 봅니다. 하지만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라는 부제가 마음에 확 닿았습니다. 머리말부터 건축과 도시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건축물은 그 나라와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그림이며, 지역의 문화적 DNA를 보여주는 결과물입니다. 그렇다면 건축물을 인문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 제대로 보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니 건축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인문학을 하는 것입니다.

 

제 1장에서부터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이런 식으로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저자는 강남 거리와 명동 거리를 비교합니다. 보행자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거리가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가 됩니다. 이런 거리는 보행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체험할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왜 청년들이 홍대 앞거리에 그렇게도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2장을 읽으면서 한 도시가 아름다우려면 편리하고 잘 정비되는 것보다 인간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때는 행정당국이 서울 거리의 노점상들을 단속하고, 간판을 규격화하고, 빨래를 내걸지 못하게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인문학적 무지의 소치였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 책, 인문학적 시각으로 도시와 그 안의 건축물들을 생각하면서 정말 많은 소양과 통찰력을 키워 줍니다. 세계적인 건축물들도 많이 소개합니다. 타임스퀘어, 샹젤리제 거리, 베니스의 거리,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과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의 돔, 뉴욕과 서울의 스카이라인, 프랭크 게리의 디즈니 콘서트 홀, 자금성, 뉴욕의 파크 에버뉴,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 워싱턴 D. D.의 베트남 기념관,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 라스베이거스의 네온 사인 간판, 한강과 세느 강, 안동의 병산서원과 담양의 소쇄원, 바레인의 세계 무역센터, 베르사유 궁전, 프라하의 댄싱 하우스, 등등. 저자의 방대한 인문학적 소양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동대문 DDP에 대한 저자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감했습니다. DDP는 층간의 교류를 찾기 힘든 팬케이크 건물이며 넓은 공원을 조성하고 조망할 창문이 없는, 햇볕도 안 들고 통풍이 안 되는 상가 건물에 불과합니다. 건축물은 결국 그 안에 머무는 인간에게 편리함과 유용함을 주며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거리들, 건물과 광장, 교회와 사찰, 공원, 등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선이 조금 열리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건축가인 저자가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데, 그의 저술 의도는 100 퍼센트 달성된 듯 하네요. 이 책, 다양한 인문학적 영역들이 통섭된 멋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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