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름다운 준비 - 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새러 데이비드슨.잘만 섀크터-샬로미 지음, 공경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The December Project>입니다. ‘인생 12월 프로젝트’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죠. 번역본 타이틀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준비>! 죽음을 앞 둔 랍비 잘만과 중년의 저널리스트 새러 데이비드슨이 이년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만나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관해 나눈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랍비 잘만의 이력이 이채롭습니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유대교 영적 지도자인 그는 하시디즘의 정통파 랍비였지만 기독교 신비주의를 접하고 ‘유대부흥’이라는 새로운 교파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그의 이력을 볼 때, 그는 매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임이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인생 12월에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약을 먹는 적극적인 자살과 소극적인 자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소극적인 자살은 나는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는 결정을 하는 거예요.”(p. 130). 그는 식사를 중단하는 것은 마음이 바뀌면 돌아설 수 있으니 상당히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금지된 것과 허용된 것 사이에 회색 지대가 있으며, 선택권을 가졌다는 것을 아는 것이 오히려 통제력을 주어, 참기 힘든 통증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이런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자연에서 완벽하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했던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의 마지막이 생각납니다. 그는 100세에 의학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물과 음식을 끊은 채 품위와 존엄을 지키며 죽음을 맞이했다죠.

 

새러와 나눈 대화에서 인상적인 내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랍비 잘만은 현대의 영성지도자인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나 바이런 케이티(Byron Katie)의 가르침을 못마땅해 합니다. 그들은 ‘지금 순간을 살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랍비에 따르면, 인간을 순간을 사는 개인으로만 보는 이런 가르침은 영적 자아도취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는 우리는 순간보다 더 넓은 곳에서 산다고, 우리는 역사적인 존재로 과거, 미래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pp. 143~144).

 

이 책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죽음을 더 편히 받아들이도록 돕는 ‘12단계의 준비’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고, 신에게 푸념을 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아픔을 받아들이고, 직감에 귀 기울이며, 고독과 친구가 되며, 등등. 이런 항목 속에 유머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랍비 잘만은 몸이 아플 때 이렇게 말한답니다. “딱한 잘만의 몸뚱어리. 너는 정말 쓸모 있었고 정말 믿음직스러웠지. 너는 나를 잘 데리고 다녔지. 지금 네가 불편하니 안쓰럽구나.”(p. 327).

 

누구나 인생 12월이 올 것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첫 번째 단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죽음을 가장 잘 준비하는 방법은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며 지금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면 삶과 죽음이 하나로 유연하게 연결되어 아름다움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하는 유대교 랍비로부터 삶과 죽음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