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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ㅣ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거울,
반사경, 상점 유리창 앞에서 찍은 비비안 마이어의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를 통해 그녀를 처음 접했습니다(p. 50). 그녀는
늘 자신의 모습을 찍은 것 같습니다. 종종 반사된 빛 때문에 얼굴이 선명하지 않은 흑백 자화상이 눈에 띕니다.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사진작가들이
셀프 포트레이트를 만들 때는 자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클로즈업하여 자신의 내면이나 감정을 표현하곤 합니다. 그런데 비비안 마이어는 오히려 옆에
어린아이 하나를 등장시킵니다. 또 이사하는 사람의 손에 들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었습니다(p. 67).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녀의
손에는 항상 롤라이플렉스가 들려있습니다(pp. 44, 55, 61, 67. 99, 135, 154, 163, 177, 287).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의 그림자를 찍은 작품도 있네요(pp. 111, 125, 278). 나도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나 자신을 여러 번 찍어 보았지만, 다
비슷해 보이고 따분하게 느껴졌습니다. 비비안 마리어처럼 찍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녀가 나처럼 자동 설정을 하고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을 한 작품도 보입니다(pp. 30, 39). 그녀는 이런 작업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요?
그녀의
작품이 매력적인 것은 카메라와 사진 작품의 본질을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문사진작가들은 종종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세상과 삶을 개혁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비비안 마이어는 그저 세상과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은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사진 찍는
일은 삶을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며, 세상과 공감하는 행위임이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 그녀의 사진들을 한번 훑어보고 난 뒤 그녀의 삶과
작품을 설명한 마빈 하이퍼만의 ‘잃다, 그리고 발견하다: 비비안 마이어의 삶과 작품’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마이어의 삶과 작품들을 사진에 관한
유명 작가들의 명언들을 소개하며 멋지게 설명합니다.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70대에 접어들 때까지 사진을 찍었답니다. 보모,
가정부로 살면서 누군가를 지키는 일을 한 것이 그녀에게 카메라를 통해 주의 깊게 사람과 공간을 관찰하는 능력을 준 것일까요?
그녀의
작품은 감상적이지는 않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신이 삶에서 접하는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아 이해하려고 한 듯, 다양한
주제들로 어마어마한 사진 필름을 남겼습니다. 뉴욕과 시카고의 거리 풍경, 그 안의 사람들, 유명인사, 영화배우, 영화관의 포스터까지 찍었습니다.
말년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녀의 필름이 헐값에 경매에 넘어간 것은 인간적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마이어가 알려지지 않고 쓸쓸히 죽음을
맞았기에 그녀의 작품이 더욱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을 것입니다. 대중이 그녀의 작품에 동감하는 것은, 그녀가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유명해지려고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카메라 뷰어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고 소통하려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별해져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홀로 찍은
사진에는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녀를 묘사한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가 4월 말에 개봉된다니 기대가 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그녀의 삶과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