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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평점 :
대학교가
졸업생의 취업률에 따라 평가받는 제도가 생겨나면서 대학교에서 인문학과가 통합 내지는 폐지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까지
추락할까요? 인문학은 한 인간이 자유로운 주체로서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이며, 한 사회를 받쳐주는 기둥입니다. 공교육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부모라도 나서야겠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김경집 교수의 <엄마 인문학>을 만났습니다. 그는 지금 이 사회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위대한 힘을 지닌 자는 바로 엄마들이라고 믿으며, 엄마들에게 인문학적 읽기를 하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역사, 예술, 철학, 정치와 경제, 문학, 이렇게 다섯 영역에서 인문학적 읽기가 어떤 것인지 설명합니다. 그는 매우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한
예들을 많이 듭니다. 먼저, 김홍도의 <씨름도>를 설명하면서 모든 것을 맥락 속에서 읽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생각이 바뀌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뀔 때 혁명이 일어나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역사’는 거창하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이 역사이고 따라고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변화를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영역이 ‘예술’이므로, 막막하고 낯선 현대 미술도 자주 접하라고 도전합니다. ‘철학’은 이해하기 힘든 사상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나 가치를 생각함으로서 ‘나’의 생각을 바꾸고 세우는 일입니다. 생각이 바꾸지 않으면 삶도 바뀌지 않고 세상도 굳어진 방식대로 흘러갑니다.
이 땅의 엄마들이 세상을 바꾸려면 마땅히 철학적 성찰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 교수는 엄마들이 가장 멀게 느껴지는(?)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
정치가 우리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것이고, 오늘날 경제 영역은 매우 정치적임을 힘주어 말합니다. 아마도 엄마들이 가장 가까이 할만한 ‘문학’의
영역에 대해, 저자는 시, 소설, 수필, 소설, 희곡이 왜 읽을 가치가 있는지 너무나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김 교수가 소개한 나태주의
<풀꽃>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p. 252). 김 교수는 시인
나태주의 삶의 맥락 속에서 이 시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너도 그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주적 충격을 받았을 거랍니다(p.
254). 분명 “시 한편을 읽은 날은 분명 다른 날들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김
교수는 강연 중간 중간에 엄마들이 혼자 책을 읽지 말고 함께 읽으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책 말미에서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평수, 월급 등 숫자로 중산층의 기준을 말한다면,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자기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이 건강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옳습니다. 나는 김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저자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혁명은 엄마의 서재에서 시작된다”(p. 292)고 믿습니다.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을 둔 아내의 책상에 이 책을 슬그머니 올려놓습니다.
섹시한 엄마요 아내가 될 것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