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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수업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함돈균은 ‘사물(事物)’의 본질에 관해 깊이 사유합니다. ‘물(物)’이 ‘사물’의 정적인 공간성을 표현한 것이라면, ‘사(事)’는 ‘사물’의
동적인 관계성을 표현한 것입니다. 사물은 누가 그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사물은 인간과 삶의 의미를
드러내는 ‘관계’의 매개체가 됩니다. 인간관계에 지친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을 온 마음으로 대할 때, 그것들이 우리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지 않을까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며 책을 펼쳐 봅니다.
첫
번째 에세이부터 감탄합니다. 저자는 ‘가로등(street light)’을 보며 어둠과 빛을 생각합니다. 가로등은 어둠에서만 그 존재를 드러내는
빛입니다. 어둠에서 겨우 빛나는 반딧불처럼, 가로등 빛은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 않습니다. 가로등은 사방 어두움 속 어딘가에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가로등은 희망을 줍니다. 가로등 빛은 언제나 낮은 자리를 굽어보는 빛입니다. 저자는 한국에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낮은 자들을 찾아갔던 일을 상기시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낮은 자리를 비추는 가로등을 연상시킵니다. 결국 그는 가로등에서 ‘신의
실루엣’을 봅니다.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분명 가로등 같을 것입니다. 저자의 가로등에 관한 깊은 생각은 독자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그리고
낮은 데로 임하는 삶의 자세가 오히려 축복임을 확신시켜 줍니다.
이
책은 저자가 <매일경제지>에 3년간 매주 기고(寄稿)한 글들을 묶은 것입니다. 그의 글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들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뻔한 사고의 관성을 중단시킵니다. 대신 평범한 사물들, 경첩, 계산기, 내비게이션, 냉장고, 담배, 레고, 립스틱,
면도기, 명함, 물티슈, 카메라, 파콘, 후추통, 등등, 정말이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것들과 우리를 지극하게 만나게 해줍니다. 이것이
바로 철학이구나 싶습니다. 이런 철학이야말로 단순히 관념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삶에 많은 자극을 주는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