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 - 명화 속 철학 읽기
쑤잉 지음, 윤정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그림은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더 잘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니, 제목만으로도 도발적입니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화가의 생각과 그 시대 철학적 사상을 보고자 하는 듯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지은이의 말’에서 이런 멋진 표현을 했습니다. “만약 명화를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각으로 비유한다면 해수면은 화가 본인과 그가 살던 사회를 가리키고, 해수면 밑에 가려진 거대한 빙산은 사회와 예술에 소리 없이 스며든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성 아우구스티누스 등과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일 것이다.”(p. 15). 명화를 통해 ’철학하기‘인가요?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명화와 함께 지은이의 설명글에 푹 빠져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챕터부터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영혼의 무게”!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는 것일까요? 아니 모든 생명에는 나름대로의 영혼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알폰스 무하의 <황도십이궁>을 시작으로 점성술에 대해 말하며 인간의 운명과 영혼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많은 그림과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던컨 매두걸의 실험을 언급합니다. 임종 직전의 6명의 환자의 몸무게를 재고 사망 후 그들의 몸무게를 쟀더니 정확히 21그램 감소했답니다. 정망 영혼이 존재하며 그 무게가 21그램일까요? 오래 전에 본 영화 <21그램>이 생각났습니다. 21그램은 벌 새 한 마리의 무게라지요? 영혼에 대한 신념은 한 사람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 책, 꽤나 묵직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화가들은 르네상스 운동을 통해 종교적 굴레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을 넘어, 인간 자체를 찬양했습니다. 그리하여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추구한 유토피아라는 야망은 <바벨탑>으로 가장 잘 표현됩니다. 지은이 쑤잉은 여기서 몇 몇 화가들의 바벨탑 그림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런 식입니다. 이 책은 인생의 혼돈을 이야기하기 위해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아리아드네> 그림을 제시하고, 인간의 욕망과 욕정을 말하고 싶어 히로니뮈스 보스의 <폭식과 색정에 대한 우화>를 소개합니다. 나에게는 특히 시간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 챕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성의 세 시기>, 아뇰로 브론치노의 <비너스와 큐피드가 있는 알레고리>, 니콜라 푸생의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 등의 그림들을 들여다보고, 지은이의 설명을 읽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저자 쑤잉은 이렇게 결론을 짓습니다. “철학, 종교, 예술의 세 가지 영역에는 모두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 또는 영원의 세계가 존재한다.”(p. 235).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신고전주의 화가이며 정치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의 사상과 삶 그리고 그의 작품들입니다. 네 챕터에 걸쳐 다비의 삶의 정황을 통해 그의 사상의 변화가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철학자와 예술가가 가득 초대된 최고의 만찬에 참여한 듯합니다. 이 책을 읽고 보는 내내 행복했고 삶의 지혜를 엄청나게 얻은 느낌입니다. 예술(특히 회화)과 철학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푹 빠질 것이며, 다 읽은 후 뿌듯함을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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