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본래 늦잠꾸러기였습니다. 청년시절 보통 밤 한 두시를 지나야 잠자리에 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중년을 지나면서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저녁 열시면 졸음이 몰려오고 새벽이면 저절로 일어나곤 합니다. 어머님이 살아생전 저녁 9시 뉴스 시그널 음악이 나옴과 동시에 피곤의 눈물을 흘리며 잠자리로 드셨는데, 이제는 제가 부모님을 닮아가나 봅니다. 나이가 들면 다 그런가요? 요즘 새벽 시간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어둠에서 깨어나는 새벽은 지구상의 모든 것에 생명과 희망을 줍니다. 새벽은 새로운 삶을 살라고 나의 등을 부드럽게 떠밉니다.

 

다이앤 애커먼이 쓴 이 책, <새벽의 인문학>은 새벽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연과 삶에 대한 경외감을 마음껏 표현한 산문집입니다. 원제목은 <DAWN LIGHT: Dancing with Cranes and Other Ways to Start the Day>으로 <새벽빛: 학과 함께 춤추기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다양한 방법들>, 이 정도로 번역이 가능할 것입니다. 교육자이며 시인이고 수필가인 저자는 새벽과 관련된 세상의 많은 것들을 폭넓게 언급하며 수려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새벽 어머니’에서 새벽을 악령을 쫓아내는 ‘우주의 새벽’,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항해의 새벽’, 하늘이 훤해지는 ‘도시의 새벽’, 농부의 벗인 ‘수탉의 새벽’으로 나눕니다(pp. 17~18). 재미있네요. 저자는 새벽녘에 자연 속에 있으면 늘 마음이 편하고,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운이 좋은 일인지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나도 동감합니다.

 

첫 번째 수필부터 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머릿속에 저자가 묘사하는 자연과 생물들을 그려보며 문장을 따라가 봅니다. 비둘기의 ‘창발적 행동’(emergence attribute)이 아름답게 상상됩니다. 저자처럼 나도 비둘기가 되어 비둘기 무리 속에서 창공을 날아봅니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지요! 우리는 하루하루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피부 세포는 2주마다 한 번씩 교체된다죠. 새벽과 관련해서 저자는 오로라를 언급하고, 그리스 여류 시인 사포의 시를 인용합니다(p. 67). 새벽별인 금성(루시퍼)이 기독교에 의해 악마 루시퍼의 누명을 쓰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모네의 작품인 <인상, 해돋이>와 <센 강의 아침 연작>, 모네의 작품에 큰 영향을 준 일본의 판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을 통해 새벽빛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한 줄 정형시 하이쿠를 인용합니다. 연꽃, 딱따구리, 달팽이와 거미, 벌들과 벌집, 찌르레기, 부엉이, 구름, 등 새벽과 관련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다니, 작가의 해박함과 공감을 일으키는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일과를 마치고’에서 “녹슨 철제 의자에 앉아 나는 녹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 선명한 빛 속에서 녹이 자기 과거를 이야기한다”(p. 298)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녹슨 낡은 의자에서 ‘와비사비’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자발적 가난, 자연과의 친밀함과 일상의 소박함에서 느끼는 기쁨을 뜻합니다. 덧없음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새벽은 우리에게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줍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구처럼, 새벽에 우리는 “존재의 지금”(p. 316)을 경험합니다. 너무 멋진 책을 대했습니다. 갑자기 삶이 경이롭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