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풀꽃 이야기 - 이광희가 들려주는
이광희 글.사진 / 나무와숲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는 게 유독 힘겹게 느껴질 때, 훌쩍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관광지 여행은 쉼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일이 되어 더욱 피곤해져 돌아오곤 합니다. 한적한 시골에 가서 특별할 것 없는 야산이나 길을 걷으면 마음이 정리되고 몸도 가뿐해집니다. 그 길에서 풀과 꽃들을 만납니다.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관계로 상처 입은 마음이 회복되고 생명력으로 충만해짐을 경험합니다. 들풀과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걷다가 마주하는 꽃들을 스마트 폰으로 찍어 예쁘게 저장하지만 그 이름을 알 길이 없습니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서울 콘크리트 숲에서 살고, 아스팔트길만을 걸었거든요. 꽃은 그저 색깔에 따라 노란꽃, 보라꽃, 파란꽃이라고 부릅니다. 궁금해서 주변에 물어보면 대부분 나와 비슷한 처지, 이젠 딱히 물어볼 데도 없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도 쉽게 찾을 수도 없습니다. 풀이나 꽃의 이름을 치면 식물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꽃모양을 보고 이름을 알아내는 작업은 여간 시간이 걸리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항상 들풀과 들꽃의 이름이 궁금한 채로 지내왔습니다. 

 

이 책 <우리 동네 풀꽃 이야기>는 나를 위해 만든 책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풀꽃들을 3월 봄부터 계절별로 소개해 놓았네요. 제일 먼저 소개된 ‘앉은 부채’는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첫 번째 설명부터 생소합니다. “천남성과의 식물들은 독성이 있습니다.”(p. 19). ‘천남성’이란 말도 처음 들었고, 천남성과 식물들로는 뭐가 있는지 깜깜합니다. 겨울의 끝 봄이 오는 길목에 눈 속에서 핀다니 신기할 뿐입니다. 언제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큰개불알풀’, 이름이 조금 거시기하네요. 그런데 꽃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합니다. 예쁘네요. ‘봄까치꽃’이라네요. 눈둑 밭둑가에 꽃이 피어난답니다. 조금은 친숙한 꽃들도 눈에 띕니다. 생강나무꽃, 둥근털제비꽃, 복수초, 매화, 산수유, 등. 이름을 알고 있어서 친숙하지만, 실제로 몇 가지나 직접 보았는지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군요. 그래도 4월의 꽃들은 훨씬 친숙합니다. 냉이국은 먹어 보아서 냉이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꽃은 한 번도 못 본 듯합니다. 그래도 동백,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은 압니다. 이 책 슬슬 넘겨보는 것만으로 재미있습니다. 어릴 적 학교 꽃밭에 있던 백일홍과 맨드라미, 도정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해진 ‘접시꽃’ 사진을 보니 반갑네요. 그러고 보니 도정환 시인이 이 책의 추천글을 썼습니다.

 

이 책, 맘에 쏙 듭니다. 꽃 사진들도 좋고, 설명도 쉽고 담백합니다. 책 크기와 두께도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올해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 책 끼고 서울 근교로 자주 나가봐야겠습니다. 일 년 동안 나의 좋은 길동무가 될 책입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합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풀꽃 친구들과 통성명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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