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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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의 책 <한국 현대사 산책>을 통해서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한국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매우 직설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보고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다른 어떤 역사책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금기영역에 과감히 도전하며 비판했습니다. 그런 그가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인문학을 공부하는 책을 냈습니다. 아니, 영어를 인문학처럼 공부하는 책을 냈습니다. 저에게는 전혀 기대 밖의 책이어서 더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강교수가 역사책을 쓸 때 매달 원고지 600장 분량의 글쓰기 작업을 했듯이, 이 책을 쓸 때도 매일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작성했다가 한껏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의 다양한 자료 수집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책은 음식문화부터 시작해서, 동식물, 대중문화와 소비문화, 인간의 정신과 감정, 등 10장으로 구성해서 수많은 영어 단어의 어원과 역사적 배경 등을 언급하면서 인문학적 지식을 제공합니다. 거의 뷔페식 나열입니다. 뷔페식당에 가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다보니 질이 조금은 떨어지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이 책을 뷔페식당 전략으로 자신의 관심 주제를 찾아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뷔페처럼 그 질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어, Nathaniel Hawthorne의 <The Scarlet Letter>에서 주인공 Hester Prynnes은 가슴에 주홍색 A 문자를 달고 다닙니다. 여기의 A는 간음을 뜻하는 ‘adultery’를 의미합니다. 또 adultery는 ‘부부간 신뢰의 위반’을 뜻하는 프랑스 고어 adultere에서 나왔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타락시키다는 뜻의 라틴어 adulterare가 그 어원입니다. 강 교수는 이 단어가 들어가는 몇몇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영어 관련 책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강 교수는 이 주홍글자의 역사적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뉴플리머스 공동체에서 간통한 사람에게 AD(adulteress)라는 글자를 달게 했다는 것과 성경에서 주홍색을 죄악의 색으로 보았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더 나아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지미 카터가 대선후보시절 도색잡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하면서 고백한 내용도 소개하며 그가 왜 이런 도색잡지사와 인터뷰를 했는지도 설명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1631년판 <킹 제임스 성경>에는 십계명의 7계명, “Thou shalt not commit adultery”에서 ‘not'을 빼먹는 바람에 ’너희는 간음을 해야 한다‘고 해버리는 큰 실수가 벌어져, 급하게 회수 폐기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에도 11권이 보관용으로 남았다나요. 그래서 그 성경을 <악마의 성경(Wicked Bible)>, <간음하는 성경(Adulterous Bible)>, <죄인의 성경(Sinner's Bibl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답니다(pp. 178~180). 'adultery'라는 단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인문학적 지식들을 쏟아낼 수 있다니, 강준만 교수의 끈질긴 공부에 감탄이 나옵니다.


기대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분야에서든 영어로 된 글에서 좋은 정보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공헌은 현대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인문학 도구로서의 영어를 공부하도록 자극한데 있습니다. 다채로운 인문학적 지식의 뷔페에서 즐겼습니다. 가끔 다시 찾아 즐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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