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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평점 :
김병종 화가의 그림묵상집 <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를 읽으면서 김 화백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그의 그림보다 그의 깊은 글에 반했습니다. 화가가 글을 이다지도 잘 써도 되는 겁니까? 이 책 <나무집 예찬>에는 그의 그림이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한옥을 짓는 과정의 단상과 한옥에서의 삶을 글로 표현했고, 그 공간은 뉴욕타임스 객원기자인 김남식 작가가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1부에서 그는 집터를 얻게 된 경위와 토담집을 허물고 한옥을 짓게 된 과정을 수필형식으로 잔잔히 기록해 놓았습니다. 저도 육십 쯤 되면 이런 집 한 채 짓고 살고 싶기에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김 화백에게 한옥 한 채를 짓는 일은 수많은 인연이 쌓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는 오래전 스승의 고택을 찾아 본 후에 한옥 한 채를 짓고 싶은 열망이 스쳤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숨소리와 말소리가 스며 있는 집, 체온이 어리고 세월이 녹아드는 집, 빗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는 집 … 시간이 고이는 집 …”(p. 63). 시간이 머무는 집! 바로 이것이 내가 소망하는 집입니다. 그는 <함양당에 오면>이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함양당(含陽堂)은 그의 한옥 이름입니다. ‘볕을 품은 집’, 아마 이정도의 뜻일 겁니다. “함양담에 오면 / 시간이 고요히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 바쁠 것도 없이 하늘하늘, / 해찰하며 내리는 / 흰 눈처럼 / 시간은 그렇게 내려앉는다. / … / 아, 나무 집 한 채가 주는 / 그 정화. 그 위로. / 그 평화 그리고 평안이여. / 내려앉는 시간이여. / 함양당에 오면 아는 듯 모르는 듯 살포시 / 시간은 그렇게 내려앉는다.”(pp. 87~91). 이 시 옆에 함양당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집은 나무집인데 대문은 철대문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이런 것을 예술 작품이라고 하는 거겠죠.
2부, 3부에서 작가는 자신의 한옥 구석구석 찍은 사진을 보며 그곳에서의 단상을 적어 놓았습니다. 섬돌 위의 고무신을 보고는 “함부로 발걸음 내딛지 말라 이르는 듯”(p. 115)하다고 말합니다. 그곳 함양당에서는 설탕대신 나무 향이 내려앉아서 반 잔의 블랙커피가 맛있다고, 그곳에서 듣는 음악은 나무 위에 소리가 앉았다가 들려오는 까닭에 카라얀, 한영애, 임방울의 음악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고 합니다. 정말,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곳에 가서 창호지에 배어들고 문틈으로 스며든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처마에 달려있는 풍경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곳에 고인 ‘그늘 반근’을 보고 싶고, 창호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평화롭게 내려앉는 어둠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저도 이런 집에서 제 2의 인생을 누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