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가족의 역사 ㅣ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책인데 그림 스타일이나 내용이 꽤 묵직합니다. 이 책의 작가 리쿤우는 <중국인 이야기> 3부작으로 프랑스에서 꽤 인지도가 높다는군요. 그는 일본군의 폭격으로 불구가 된 장인어른을 설득해 일본군이 쿤밍을 폭격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내 가족의 역사> 후반부에 일본군의 쿤밍 폭격으로 장인과 그 가족이 얼마나 처참히 죽고 큰 상처를 안고 살게 되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보여줍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상흔(傷痕)인데, 원제목을 사용하는 것이 더 강렬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까지 중일전쟁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압제 아래 있던 시절, 일본이 제국주의 야망을 가지고 중국을 침략한 일이므로 그것은 우리나라와 별 관계가 없는 전쟁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계기로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에 관해 알고 싶어 인터넷과 책들을 찾아보면서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관계, 그리고 전쟁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1894년 메이지유신을 감행한 후 30년이 채 되지 않아 세계의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제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많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사셨던 나의 아버지도 ‘만주사변(滿洲事變)’ 후 만주로 가셨다고 합니다. 일본은 만주를 군사적으로 제패하고 ‘만주국’이라는 식민지를 세웠다죠. 그리고 육년 뒤 중일전쟁을 벌렸습니다. 그들은 이 전쟁도 ‘지나사변(支那事變)’이라 이름하며 자신들의 군사행동을 ‘아시아 혁신 사업’이라고 미화했다고 합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일본군에 의해 저질러진 ‘난징(南京) 대학살’ 사건은 신문과 매스컴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서 청일전쟁에 관한 자료를 빌려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골동품 주인의 인도로 그의 선생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중일 전쟁 사진과 자료들을 사진 찍게 됩니다. 그것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장인어른의 부상과 이 전쟁역사 자료가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일어난 수많은 전쟁으로 한 가족과 개인의 삶은 얼마나 처참히 짓밟혔는지 모릅니다. 작가 리쿤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향한 응시이자 미래를 향한 전망입니다. 이 만화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P. 275). 옳습니다. 우리가 전쟁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과 국가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비참한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쟁은 침략하는 나라나 침략당하는 나라 국민 모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인간성을 파괴합니다. 역사적인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나라가 화평하게 사는 비전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나처럼 전쟁을 모르는 시대의 사람은 전쟁의 끔찍함을 상기시켜주는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