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유대인 - 모제스 멘델스존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이르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미리엄 레너드 지음, 이정아 옮김 / 생각과사람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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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정반합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상은 발생 기원과 배경이 너무나 달라서 심각한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어왔고, 그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도 계속되어 왔습니다. <소크라테스와 유대인>은 이 두 사상을 철학적 시각에서 깊게 분석해 놓았습니다. 저자 미리엄 레너드의 이력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리스문학 및 수용(Greek Literature and its reception)학과 교수! 현대인들이 그리스 사상을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일에 도움을 주는 학과인가 봅니다.

 

기독교 초대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는 “아테네는 예루살렘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라는 말로 ‘그리스적’인 것과 ‘히브리적인’ 것을 분명히 구분하고자 했습니다. 필로가 그리스 철학과 유대교의 전통을 조화시키고자 한 반면, 테르툴리아누스는 둘 사이가 너무나 달라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르툴리아누스 자신이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아테네의 철학이 정점을 찍은 이후에 오랫동안 로마제국 아래서 기독교인으로 글을 썼다는 점에서, 두 사상의 구분은 애매모호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오늘날 서구문명을 대표하는 기독교는 분명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모두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그리스적’인 모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유대적’ 모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서구문명의 성격이 더 명확히 규명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부활 사상은 유대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독교의 부활 사상과 유사한 것은 그리스 철학에 나오는 ‘영혼불멸 사상’입니다. 이런 사상은 애당초 유대교에는 없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유대교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그리스적’인 듯합니다. 저자는 헤겔의 변증법의 시각에서 소크라테스와 예수, 노아와 데우칼리온(Deucalion, 대 홍수에서 살아남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를 비교하고, 포이어바흐의 <그리스도교의 본질>를 통해 그리스의 자연과 유대인의 욕망을 비교합니다. 또 카를 마르크스와 니체를 통해, 각각 프로메테우스와 모세 오경, 디오니소스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비교합니다. 저자는 이런 비교를 통해 유럽 지식인들에게 미친 기독교의 끈질긴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계몽주의 시대에 정식화된 그리스인과 유대인의 대립구도가 후기 계몽주의 철학에도 중요한 관심사로 남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자크 데리다의 질문, ‘우리가 유대인인가, 그리스인인가’는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데 무척이나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동양인인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충돌과 통합의 과정에서 생겨난 서구사상과 지금 새롭게 탐구되는 동양의 사상들(유교, 불교, 도교 등)은 우리 문화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오늘날 동양인으로 산다는 것은 유대인, 그리스인과는 전혀 별개의 존재로 사는 것일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서구문명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많은 철학자를 탐구하듯,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서양철학은 물론이고 동양철학까지 좀 더 열정적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동서양의 수많은 사상들이 유입된 이 땅에 사는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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