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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문장강화 -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한정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방송작가 한정원은 시인, 소설가, 드라마 작가 교수, 철학자, 칼럼니스트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문장가들을 인터뷰해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엮어냈습니다. 한정원 자신도 글쓰기 작업에 파묻혀 살아가다 문득 왜 글을 쓰는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이 다가왔답니다. 그래서 문장가들을 찾아 나선 결과 이 멋진 책이 나왔습니다.
나는 청년시절 마음에 드는 아가씨에게 용기가 없어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한 나는 아직도 그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학위논문이나 보고서 외에는 글쓰기 경험이 거의 없는 나에게 글쓰기는 최고의 로망이며 동시에 좌절입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희망의 빛을 비춰줍니다. 특히 시인 고은의 이야기는 글쓰기에 관해 큰 도전을 줍니다. 고은에게 ‘왜 시를 쓰는가’라는 상투적인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 시는 곧 삶이기 때문입니다(p. 33).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그 꽃>.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숨을 내뱉듯 그의 온몸에서 시를 절로 흘려보내는 듯하다.”(p. 38). 이것이 고은과 대화하고 그의 시를 읽으면서 한정원 작가가 느낀 점입니다. 시인에게 시는 곧 삶이라는 표현이 오래 오래 마음에 머뭅니다. 아! 시인 고은은 삶으로 시를 지었고, 시로 삶을 살아냈던 것입니다.
나머지 각 분야 명사들의 다양한 이야기도 하나같이 글쓰기에 관해 묵직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글쓰기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재미있다고 하는 것은 내용이 없거나 가볍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과학자 최재천은 “이 세상 모든 일의 끝에는 글쓰기가 있더라”(p. 96)고 말합니다. 그러기에 그는 치열하게 공부하고 미리 써서 100번쯤 고치고, 언제나 쉽게 읽히게 쓰고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합니다. 소설가 김홍신도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그렇게 영혼의 힘을 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머지 문장가들도 하나같이 글쓰기는 먼저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치열하게 몰입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기에 어떤 장르의 글을 쓰든 작가의 가슴이 먼저 끓어야 합니다.
글쓰기는 치열한 자기성찰, 자기발견일 뿐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는 결코 얄팍한 문장기술로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배웠습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전 삶을 녹여내는 작업입니다. 그러니 살아있는 글을 쓰려면 평생 배우고 깨닫고 치열하게 ‘단련’해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너는 도대체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