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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 끝까지 가본 사람, 달마의 인생 공략집
웅연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달마’? ‘달마도’의 그 ‘달마’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달마의 삶과 사상을 배웠다. 이 책은 달마를 통해 불교의 본질을 알려준다. 나는 ‘금복주’에 그려져 있는 포대화상(布袋和尙, 그는 포대를 옷으로 입고 다녔단다)과 달마도의 보리달마(菩提達磨, ‘보리’는 깨달음이란 뜻이다)가 헷갈렸다. 이 책의 저자 웅연은 명쾌하게 설명한다. 포대화상은 파안대소, 달마는 우거지상이다! 포대화상의 웃음은 웃음에 연연하지 않고 웃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리달마의 침묵은 무엇을 의식하거나 도모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포대화상과 보리달마의 무심(無心)은 서로 통한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이전에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 가 있었다. 보지 못했는데, 인터넷을 뒤져 어떤 영화인지 짐작해 본다. 동자승의 눈에 비친 인간의 생과 사, 자연과 생명의 신비함을 담담하게 그려낸 독립 영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렇다. 인도불교의 마지막 변종인 밀교(密敎)가 미신적인 주술을 마구 퍼뜨리고 부처가 역시 힌두교의 허다한 신 가운데 한 명으로 도태됐을 때, 달마는 인도를 떠나 중국으로 간다. 하지만 그는 “단지 때가 왔으므로 동쪽으로 가는 것”(p. 50)이라는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마음에 빗금 하나 긋지 않은 채”(p. 51) 그냥 간 것이다. 달마답다!
이 책 곳곳에는 ‘달마가 말했다’라는 제목으로 달마의 가르침을 설명한 한 페이지짜리 글이 있다.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얼마나 쉽게 재미나게 설명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저자 웅연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처님은 ‘귀차니스트’다. 죽으면 썩어문드러질 몸뚱이, 널리 이름과 이익을 구해서 뒷날 무엇에 쓰려는가(血脈論)”(p. 112). 그렇다.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다. 그저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할 뿐이다. 지금 살아있다면 살면 된다. 남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삶은 살 수 없어도 - 아니 최고의 삶을 살 필요는 없다 - 자기가 좋아하는 최적의 삶은 살 수 있다. 보리달마처럼 ‘독고다이’ 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낼 뿐이다. 이 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을까! 괜스레 헛된 기대나 희망을 갖기보다 그냥 사는 것이 중요하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Bartleby>에 나오는 바틀비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 열등의식이나 우월의식을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이 책,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현재의 삶을 살게 한다. 물론 보리달마처럼 생각과 마음조차 버린 무심(無心)의 경지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기대 이상으로 ‘독한 위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