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 - 역명에 담긴 한자, 그 스토리와 문화를 읽다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렇지 않아도 어쩌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각 역 이름의 유래에 관해 호기심이 생겼다. 영등포는 왜 영등포고, 노량진은 왜 노량진이며, 남영은 왜 남영일까? ‘포’(浦)나 진(津)이 들어가면 포구나 나루와 관련이 있고, ‘영(營)’이 들어가면 그곳에 군대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뿐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역사를 찾아내는 일은 번거롭게 느껴져 시도하지 않았다. 게다가 포구 앞에 왜 ‘영등’이 붙었는지, 나루 앞에 왜 ‘노량’이 붙었는지, 그 궁금증을 풀길이 없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나의 호기심도 채워주고 한자도 공부시켜 줄 것이라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course1, 서울역을 시작으로 시청, 종로, 동대문, 신설동, 제기동, 청량리까지 순식간에 읽어갔다. 서울은 큰 마을을 가리키는 ‘서라벌’이 우리말 색채를 그대로 유지하며 정착한 말이라는 설명이 있다. 그리고 삼국시대 때 위례성(慰禮城), 한성(漢城)으로 부르다가 조선 시대 때 한성(漢城)과 한양(漢陽)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들의 타당성을 논한다. 이 외에도 중국의 옛 수도를 따라 장안(長安)이라 말하기도 하고, 경조(京兆) 혹은 경사(京師)라고 쓰였단다. 일제 시대 때는 경성(京城)이라 적었는데, 가장 좋은 이름은 서울, 역시 서울이라고 말한다. 서울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역사와 한자를 접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이 책, 이런 식이다. 재미있을 뿐 아니라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있었다. 종로(鐘路)는 시간을 알리는 종루(鐘樓)가 있어서 얻은 것이며, 조선시대 수도 서울의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종로 피맛골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풀풀 나는 것 같다. 제기역(祭基驛) 근처에는 선농단(先農壇)이 있어서 붙여졌고, 창량리(淸凉里)는 신라 말엽 창건한 청량사(淸凉寺) 때문에 얻은 이름이란다. 저자는 ‘청량’과 관련해 ‘염량(炎凉)’과 ‘염량세태(炎凉世態, 잘 나가는 사람 앞에서 굽실거리고 어려운 사람 깔보는 사회 풍조)를 소개한다. 영등포(永登浦)의 ’영등(永登)은 ‘영원히 번창하는’이란 뜻인데, 특히 ‘등(登)’은 벼슬길이나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영등포 건너편 국회 의사당을 떠올리며 우리 국민이 인재를 제대로 뽑아 의사당에 등용(登用)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이 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각 지역의 역사가 담겨 있어서 이 땅을 사랑하게 만든다. 각 역(驛) 이름의 역사를 따라가며 많은 한자를 수록해 놓고 있어, 수많은 한자와 고사성어까지 배울 수 있다. 책 제목이 <지하철 한자 여행>인데, 한자 여행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여행이다. 정말이니 역사와 문화 상식과 한자 지식을 충분히 업그레이드 시키고도 남는 책이다.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다. 지하철 1호선을 넘어, 모든 지하철역과 기차역의 이름에 담긴 한자의 의미와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책들이 계속 출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