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 -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로 만나는 우리 문화와 역사
원종태 지음 / 밥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머리말에서 자신을 ‘행복한 나무꾼’이라고 소개한 저자 원종태는 36년째 숲과 나무를 친구삼아 살아왔다. 그가 신문에 연재했던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라는 책으로 멋지게 나왔다. 저자는 나무 그 자체가 환경이고 문화며 역사이고 가치있는 교훈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에는 그가 나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가을에 열매가 달려야 겨우 무슨 나무인지 알아본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나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 이름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무에 관해 까막눈인 나에게 이 책은 나무에 관한 새로운 관심과 사랑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저자의 바람대로 나무와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사랑의 대상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듯, 나무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전 양평 용문사에 갔다가 역사와 전설이 서려있는 그 유명한 은행나무를 별 감동 없이 본 적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그 나무의 가치가 무려 1조 6,000억 원이란다. 돈 이야기가 나오니 갑자기 급관심이 생겼다. 이 천박함이란! 어쨌든 은행나무의 수명과 관광객 입장료, 축제와 홍보효과를 고려하면 이런 천문학적 수치가 산출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나무에 관해 학술적이고 교과적인 접근보다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로 나무에 관심을 갖게 한다. 영월 청령포의 관음송을 성산문의 유명한 시(詩) 한수와 연결시켜놓고, 보은의 정이품송을 ‘벼슬도 하고 결혼도 한 최고 미남 나무’로 소개한다.

 

갑자기 나무를 보러 나가고 싶어진다. 우선 서울에서, 정승 나무라 불리는 창경궁의 회화 나무, 창덕궁의 뽕나무, 대검찰청에 있는 YS 소나무 등을 보고 싶다. 아니지, 내가 사는 아파트 정자 주변에 요즘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다. 당장 나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 이전에 어른들로부터 무궁화나무는 진딧물이 자주 끼고 별 도움이 안 되는 나무라고 들었는데, 그게 다 일제의 무궁화 말살 정책 때문에 나온 말들이라지. 한국의 기상을 드러내는, 피고지고 또 피어 무궁화 혹은 번리화(藩離花)라 부르는 우리나라 꽃, 어렸을 때 동요를 떠올리며 무궁화나무에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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