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경제학 - 경제학은 어떻게 인간과 예술을 움직이는가?
문소영 지음 / 이다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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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무척 재미있고 유익했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경제학은 젬병인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시각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경제학에 관한 상식들을 엄청 많이 알게 해 주었다. 중세 지오토의 <성전에서 상인과 환전상을 몰아내는 그리스도>를 시작으로 대부업과 담합(collusion)에 대해 설명하고, 현대 반독점법인 ‘셔먼 법’(Sherman Act)을 소개한다. 한스 홀바인의 그림, <대사들>에 왜 지구본과 해골이 그려져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여러 그림을 통해 대항해 시대의 중상주의(重商主義, mercantilism)를 알게 되니까, 한국인 경제학자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프랑수아 케네의 초상화>를 통해 처음으로 그가 중농주의(重農主義, physiocracy) 학파의 창시자임을 알게 되었다. 경제에 관한 이 무식함이란!

 

터너의 그림들과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이렇게 연결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나는 한 때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좋아했었는데, 한 번도 산업혁명에 의한 근대 자본주의와 인상주의 미술을 연관시켜 생각해 보지 못했다. 특히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과 <오르낭의 매장>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이 작품들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작품이 문제작일까? 이 책을 통해 이 작품들의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하되 전혀 미화하지 않은 것, 신화와 역사의 영웅이 아닌 별 볼일 없는 보통 사람의 장례식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 미술계의 최고 권력이 아카데미에 대한 저항과 조롱이라는 것이다. 쿠르베는 현실을 보이는 그대로 그릴 것을 고집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네의 <올랭피아>도 매우 도발적인 것임을 나는 금방 눈치 챘다. 저자는 이 작품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베누스>와 자세히 비교 설명한다. 작품의 제목을 <올랭피아>로 붙인 의도, 현실의 매춘부를 사실적으로 그린 목의 검은 리본, 반쯤 걸친 슬리퍼, 발치에 있는 고양이 등이 눈에 들어왔다. 모네는 ‘모던아트’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그림이 좋아서 이 책을 선택하고 그림을 통해 경제학을 배우고자 했는데, 경제학의 상식들은 물론이고 유명한 몇 몇 그림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19가지의 경제 용어도 배우고, 재미있는 미술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미술작품들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추천의 글을 쓴 미술평론가 이주헌의 말처럼, 꿩 먹고 알 먹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중앙SUNDAY에 연재한 글을 엮은 것이라 깊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못된 선입관이었다. 저자가 신문 연재 글의 원고를 세 배 이상 보강해서 깊이를 더했음을 충분히 증명한 책이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경제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나처럼 분명 이 책을 즐기며 읽을 것이고 미술, 경제 상식으로 빵빵하게 무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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