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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아내는 장영희 교수와 김점선 화가의 열렬한 팬이다. 그 분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아내는 많이 슬퍼했다. 아내 덕에 나도 이분들의 글과 그림을 많이 접했다. 한 때 장영희 교수가 조선일보에 쓴 칼럼도 열심히 스크랩했다. 이 책 <다시, 봄>에는 김점선 화가의 그림에 장영희 교수의 시 소개와 칼럼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해인 수녀는 이 책이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보내는 봄 편지’(p. 9)라고 말했다. 내게는 사랑하는 이들의 글과 그림을 ‘다시 본다’는 의미에서 <다시, 봄>이 되었다.
이들이 떠난 지 벌써 5년 가까이 되었다. 이 책은 사랑했던 작가와 화가를 추모하게 하는 책이다. 장영희 교수는 A. E. 하우스먼의 시(詩), ‘나무 중 제일 예쁜 나무, 벚나무’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 속의 화자는 이제 쉰 번의 봄만 볼 수 있다고 아쉬워하는데, “그러면 채 스무 번도 남지 않은 저는 어쩌란 말인지요.”(p. 63). 이 글을 쓴 뒤 장 교수는 벚꽃을 스무 번이 아니라 열 번도 채 보지 못했다. 인생의 덧없음이란! 그래도 그는 아름답게 향기롭게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그가 떠났어도 그 향기는 이 책을 통해 지금도 퍼지고 있다.
이 책은 월별로 적절한 시를 두세 편 소개하고 그 시 주제와 관련된 글과 그림을 엮었다. 이러한 편집 기획은 참신하며 멋스럽다. 쉽게 손닿는 티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마음 고요히 읽어 보면 좋으리라. 유월의 시를 예로 들어보자. Bob Dylan의 그 유명한 노래와 시, Blowing in the wind에 대해 장영희 교수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가 다른 유명한 시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시들은 책 속에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p. 90). 그리고 그 옆에는 바람을 타고 구름 사이를 걷는 듯한 사람을 그린 김점선 화가의 그림이 실려 있다. 정말 우리는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견뎌야 사람답지 못하게 사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살아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바람 속에 있다(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사랑의 계절, 6월이다. 6월이 오면 인생은 아름답다고 노래한 시인들을 따라 인생의 숲길을 걸어보리라. 아름다운 시들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사랑하기 딱 좋은 곳이다. 6월 초이지만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아프고 슬픈 소식들이 많이 들린다.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책과 함께라면 여전히 사랑하며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