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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맨발
한승원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4월
평점 :
오래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다. 그 책에서 싯다르타는 현세와 영원, 고뇌와 행복이 실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고 해탈한 존재로 묘사된다. 반면 한승원의 <사람의 맨발>에서 싯다르타는 불교라는 종교의 신 혹은 교주가 아닌, 삶의 고통에 대해 고뇌하고 그 고통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인간이다.
싯다르타는 전륜성왕이 되라는 신의 뜻에 따라 태어났다고 교육받았다. 그는 스승 비슈바미트를 통해 무엇인가를 소유함으로 행복을 누리는 ‘아르타(artha)’, 육체적 사랑으로 행복을 누리는 ‘카마(kama)’, 종교 도덕적 의무를 행함으로 행복을 누리는 ‘다르마(dharma)’, 그리고 영적인 해방을 통해 행복을 누리는 ‘모크샤(moksha)’에 대해 배운다. 하지만 그는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고, 신의 뜻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만든 세상을 꿈꾼다. 싯다르타는 결혼을 하고 부왕을 이어 농업과 경제를 활성화시켜 나라를 풍요롭게 한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욱 탐욕스러워졌고, 싯다르타는 그의 장인인 재정대신 다리나에 의해 태자궁에 갇힌다. 결국 싯다르타는 인간의 탐욕과 그 탐욕을 인정하는 허위의 신을 버리고 출가를 한다. 그는 구도자, 맨발의 사람이 된다. 당시 수행자들은 다음 세상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고행을 행했다. 싯다르타는 그런 고행이 아니라, 지금 세상에서 인생의 고통을 없애는 지혜를 추구한다. 그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스스로 깨달은 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제자들이 몰려들고, 큰 교단이 형성된다. 그가 열반에 들며 제자들에게 말했다. “부디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라.” 그는 철저하게 삶의 고뇌를 끌어안고 가는 절대 고독자로 살다 죽었다. 그의 제자 카샤파는 싯다르타의 맨발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통곡한다.
그렇다. 인생은 나그네 길의 여정이다. 싯다르타는 길 위에서 태어나, 결국 평생을 맨 발로 걸으며 올바른 인생의 길을 가르치다 길 위에서 열반했다. 작가는 싯다르타가 생로병사의 인생의 고뇌에서 벗어나 결국 부처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그가 진정한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부조리하고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올바른 인생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가르친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싯다르타는 신이 아니다. 한 평생 구도의 맨발로 고뇌하는 인간이다.
이 책은 현세의 행복인 아르타, 카마, 다르마, 모크샤를 위해 부처에게 절을 하고 기도를 드리는 자들에게 도전한다. 부처는 신이 아니라 고뇌하고 깨달은 자가 되기 위해 팔십 평생을 맨발로 산 구도자였다고! 그를 따르는 제자라면 맨발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어디 불교뿐이겠는가? 이 땅의 모든 종교가 올바른 삶의 길을 고민하고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사원이나 성당 혹은 교회에 다닐수록 더욱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존재가 되어간다면, 그는 진정한 종교인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