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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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아내와 함께 담양 소쇄원에 간 적이 있다. 자연과 너무나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축대와 담장, 그리고 그 안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건물들은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마침 비 온 뒤라서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쇄원(瀟灑園)은 말 그대로 깨끗하고 시원했다. 소쇄원이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p. 41). 그 때에는 왜 소쇄원이라는 이름의 뜻에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자연을 바라보는 광풍각과 학문을 연마하는 제월당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 내 마음에 새겨진 아름다운 정원 풍경과 가물가물했던 정자의 이름들이 또렷이 되살아난다. 올 봄 날씨가 유난히도 따뜻해 개화시기와 상관없이 꽃들이 한꺼번에 만발했다. 왕가의 정원인 창덕궁에 들러 마치 왕이 된 듯 거닐어 보고 싶었지만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제한된 시간에 안내자의 인도와 설명을 듣고 나오니 오히려 피곤만 했다. 반면 소쇄원에서의 경험은 지금 생각만 해도 마음을 깨끗하고 시원하게 한다.

 

<건축가 엄마의 느림 여행>은 한국의 전통 건물들을 돌아보고 기록한 답사기행문이다. 저자는 건축설계사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고택, 사찰, 서원과 정자 등을 다녔다. 기행문형식이지만 시시껄렁한 개인적 여행경험은 거의 없고, 한국의 전통 건축 문화를 섬세하고 훌륭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다. 특히 답사를 시작하기 전 설명해 놓은 한국의 전통 주거, 사찰 건축, 서원과 정자의 구조, 풍수지리에 대한 설명은 전국의 전통 건축을 답사하고 배우려는 이에게 너무나 좋은 기초 정보들을 제공한다. 내가 이전에 소쇄원에 갔을 때 제대로 정원을 즐기지 못한 것은 조선시대의 정자와 정원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담양의 소쇄원을 다시 가보고 싶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강진의 다산초당, 함양 화림동 계곡의 동호정과 거연정을 가보고 싶다.

 

또 고택도 방문해 보리라. 요즘은 고택을 개방한 곳이 많다. 나의 고향인 청송의 송소고택에 가보았는데, ‘옛날집이 다 그렇지 뭐’ 이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전통 주거를 보는 법을 배웠다. 기본적인 건물들 사랑채, 안채, 행랑채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보면 제대로 고택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찰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건물의 배치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 사찰의 분위기만 느끼고 왔다. 그런데 가람배치(伽藍配置)를 제대로 봐야 사찰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배웠다. 핵심 건물인 신중단 - 보살단 - 불단의 배치, 중생의 해탈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는 문들인 일주문 - 금강문 - 사천왕문 - 해탈문, 조선시대의 사찰과는 달리 삼국 시대 사찰에 강조된 탑,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유월 초 두 주간 정도 시간을 내어 아내와 한국 이곳저곳을 여행하자고 약속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며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본다. 아산, 부여, 보령, 군산, 보은, 논산, 나주, 강진, 순천, 보성, 진주, 안동, 영천, 영주, 등. 와! 다 가보고 싶다. 이 책 들고 ‘아이와 함께’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 다 보지는 못해도 세 네 군데라도 제대로 즐기고 싶다. 이 책은 단순한 한국의 전통 건축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자연 모두를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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