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
류해욱 지음, 남인근 사진 / 샘터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그대는 받아들여졌다>라는 책제목부터 마음을 끌어당긴다. 신의 가없는 용납과 사랑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류해욱 신부님이 뽑은 잠언과 묵상의 글들과 걸맞은 남인근 작가의 사진들에 햇살처럼 가만히 머물러 있게 된다. 사진 한 장 한 장, 글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사랑이 그대를 향해 손짓하면, 그를 따라가라. / … / 사랑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 / 사랑은 소유하지도 소유 당하지도 않는다. / 사랑은 사랑으로 만족한다.” _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pp. 11~13). 이 시를 읽으며 나의 공허한 영혼은 어느 덧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찬다.

 

이 책은 샘물 같은 언어로 내 마음에 스며든다. 삶을 있는 그대로 누리라고. “생선 한 마리라도 뼈까지 맛보렴. / 그 편이 진짜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 / … / 가난한 나라의 넉넉한 사람들이 / 나에게 살며시 미소 짓는다.” _다카하시 아유무, <핵(核)>(p. 25).

 

이 책은 소낙비처럼 강렬하게 내 마음을 적신다. 자신의 현재의 삶을 사랑하라고. “… / 한 번도 사랑해 본 적 없는 것보다 / 사랑해 보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 _알프레드 테니슨, <사우보(思友譜)> 중에서(p. 36). 이 시(詩) 옆에 있는 사진에는 동백꽃 한 송이가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있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에 다녀왔다. 완연한 봄기운에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동백꽃을 보고 싶었다. 내 평생에 봄꽃을 이렇게도 보고 싶은 적은 없었다. 꽃처럼 떨어지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서일까, 삶을 사랑해서일까?

 

이 책과 함께 한 이번 여행으로 나는 은총에 매혹되었다. “그대는 은총에 매혹된다는 의미를 아십니까? / … / 오랜 강박 관념이 갑자기 강하게 엄습해 올 때 / 실망이 모든 기쁨과 용기를 거두어 갔다고 느낄 때 / 그 때 은총은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 … / ‘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 / 단지 그대가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십시오. / 그 때 우리는 은총을 체험합니다.” _폴 틸리히, <잠언록> 중에서(pp.143~145)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공허한 영혼은 어느새 사랑, 믿음, 소망, 기쁨, 행복감으로 가득 찼다. 이 책은 지치고 공허한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준다. “삶에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다만 행복해야 할 하나의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 우리는 이 세상에 행복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왔습니다. / … ” _헤르만 헤세, <행복하다는 것> 중에서(pp. 200~201). 헤세의 시(詩) 위에는 활짝 핀 벚꽃 사진이 있다. 순식간에 찬란하게 피었다가 바람과 비에 눈물꽃 되어 떨어지는 그 가련함, 그러기에 더욱 아름답다.

 

이 책, 책상머리에 놓아두고 눈길 가는대로 집어 들어야 하는 책이다. 활짝 열린 창문 앞에서 읽으며 햇살처럼 마음을 머물게 해야 한다. 이 책, 이 봄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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