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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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거침없는 언어로 기존의 가치들을 가차 없이 뒤집어엎은 철학자,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철학의 광부’라고 부른다. 니체의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 <서광>일 것이다. 그리고 니체 전도사인 철학자 고병권은 아포리즘으로 이루어진 <서광>을 해체해 읽어내고 그것을 다시 구성해 <언더그라운드 니체>라는 책을 펴냈다.

 

고병권은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이라는 책 제목을 서두로 꺼낸다. ‘니체의 철학’이라고 하면 ‘소유’ 내지 ‘소속’의 냄새가 풍기는데, ‘니체와 철학’이라고 하면 서로 소속되지 않아도 된다. ‘니체의 철학’을 말하려면 ‘니체’와 ‘철학’이 맺는 관계를 통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니체에게 철학은 가치 일반에 대한 비판적 활동이다. 고병권은 <서광>의 서문을 소개하면서, “우리 자신을 되찾기 위해 내면의 수직 갱도를 파고 들어가는 일은 불가피하지만 매우 위험한 일”(p. 23)임을 강조한다. 그렇다. 니체에게 있어서 철학은 도덕이나 종교라는 이름 아래 경외되고 숭배되는 모든 것과 결별하는 것이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며, 니체는 그 고통이 제공하는 명석함으로 이 책, <서광>을 썼다.

 

니체의 사상을 잘 붙잡은 고병권은 그가 ‘Morgenröthe’를 <아침놀>이 아니라 <서광(曙光)>이라고 고집하는 이유를 밝혔다. <서광>이라는 표현에는 철학하는 시간을 ‘황혼녘’에 둔 헤겔과 대비되는 니체 자신의 철학하는 시간이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즉, 니체가 생각한 철학은 “일에 뒤처진 사유가 아니라 일에 앞서는 사유, 일을 마무리하는 사유가 아니라 일을 시작하는 사유”(p. 32)인 것이다. 고병권은 이 <서광>의 아포리즘들을 니체가 말한 ‘지하의 인간’ 개념으로 사유하고자 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언더그라운드 니체>인 것이다. 니체는 내려갈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려 했다. 이성적 판단을 포함한 모든 판단의 배후에 있는 선판단까지, 즉 근거의 근거까지 비판을 밀어붙인 니체는 심층이 아니라 심연(深淵)에까지 이르렀다. 니체는 인간적인 덕성, 즉 도덕의 동물적 기원을 밝힌다. 기독교의 유래를 로마 사회에서 힘없는 사람들의 감정의 표출이라고 주장한다. 루터와 바울은 이런 기독교를 극복하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자신들이 싸우고자 했던 것을 닮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자의 최대 위험, 바로 ‘괴물을 닮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p. 78).

 

이 책,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서광>의 독자이며 동시에 해설자로서 고병권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사회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어쩌면 가장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모든 것의 근거까지 비판하는 철학을 통해 참된 자유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도전한다. “고대나 중세적 인간들이 점성술만으로도 미래를 확신하고 대담한 모험을 전개할 수 있었던 반면, 훨씬 더 많은 지식으로 무장한 근대인들은, 그만큼 커진 불안과 회의 때문에 대담하게 행동할 수가 없다”(p. 132, <서광>, 155절). 나는 자유인으로 위태로운 모험 가운데 인생을 살 것인가, 성공한 노예로 그저 안락한 인생을 살 것인가? 이 책의 부제가 마음에 오랜 울림을 준다. “천천히, 그러나 대담한 날갯짓으로 다시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하여”(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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