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 피나코테크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1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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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데 피나코테크’, 낯선 미술관 이름이다. 마로니에북스의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에 소개된 미술관들 중 가장 낯설다. 그러나 책 표지 그림은 너무나 강렬하고 인상적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를 입은 자화상>이다. 처음 이 그림을 접했을 때, 예수의 초상화인 줄 알았다. 이 책은, 이 그림이 독일 최초의 정면초상화이며 뒤러가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소임’이 무엇인지 분명히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해 놓았다(p. 55). 설명을 읽고 다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67×49cm의 그렇게 크지 않은 작품인데, 분명한 자의식이 반영된 아름다운 서체의 글귀와 서명이 눈에 띈다. 알브레히트의 A와 뒤러의 D를 결합한 이니셜 서명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른편 상단의 문장은 뭐라고 쓴 것일까? 첫 줄은 화가의 이름인데, 그 아래 무엇이라 쓰여 있는지 알기 어렵다. 얼른 인터넷을 뒤진다. “나, 뉘른베르크 출신의 알브레히트 뒤러는 28세의 나이에 불변의 색채로 나 자신을 그렸다.”라는 라틴어 글귀란다. 다시 그림을 본다. 좌우 대칭의 완벽함과 비례분할, 분명 이전의 화가들이 그린 예수의 모습이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예수와 자신을 동일하는 화가로서의 위엄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실물로 이 작품을 본다면 어떨까?

 

미술사에서 ‘스탕달 신드롬’이란 용어가 있다. 스탕달이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교회에서 14세기 화가 조토의 <성 프란체스코의 장례>라는 프레스코화 작품을 보고는 충격을 받고 쓰러질 것 같았다고 고백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도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를 보고는 같은 증세를 보였단다. 나는 뒤러의 <모피를 입은 자화상>을 보고 또 보았다. 몇 번을 보았는지 모른다. 내가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에 가면 뒤러의 이 작품을 보고 스탕달 신드롬 증세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은 내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을 꽤 많이 소장하고 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피에타>, 라파엘로의 <카니자니 성가족>와 <천막의 성모>, 티치아노의 <앉아 있는 카를 5세의 초상>, 렘브란트의 <젊은 날의 자화상>과 <십자가에서 내림>, 프랑수아 부셰의 <엎드린 소녀>, 등. 그런가 하면 낯선 화가의 작품들도 많다.

 

이 책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의 역사를 개관해 놓았다. 대공 루드비히 1세의 주문으로 건축되기 시작한 이 미술관은 10년 뒤, 1836년에 완공되었다. 어떻게 알트도르퍼의 <알렉산더 대왕의 전쟁>과 뒤러의 작품들, 독일이나 플랑드르 거장의 작품들이 어떻게 이 미술관에 소장되었는지 설명해 놓아서,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맨 뒤에는 미술관 사진과 주소, 개관시간과 휴관일, 교통편, 심지어 가이드 투어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고 미술관 1, 2층 단면도에 각 전시실에 어떤 회화들이 전시되어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요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수록해 놓은 것이다. 차라리 각 전시실 별로 작품을 설명해 놓았다면, 독자가 이 미술관에 직접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 마음은 이미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의 각 전시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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